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TV·셋톱박스 업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견된다. 최근 구글이 125억달러에 인수한 모토로라 모빌리티에는 셋톱박스 사업군을 포함하고 있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셋톱박스를 확보하면서 TV사업을 강화, 스마트TV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유료방송사업자가 구글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커지면서, 향후 구글의 셋톱박스 사업 위축을 예상하는 시각도 공존한다.
◇구글TV 강화여부 삼성·LG도 촉각=구글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모토로라의 셋톱박스를 인수하면서 구글TV 플랫폼과 연계한 신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구글TV는 올 연말 출시하는 애플TV와 함께 삼성전자·LG전자 TV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세계시장 12%를 점유하고 있고 셋톱박스 사업에다 다양한 방송관련 특허도 확보하게 됐다”며 “구글이 스마트TV 대응을 강화할 기반을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소니·로지텍 등과 함께 선보인 구글TV는 아직까지 큰 힘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ABC, NBC 등 거대 방송사업자들은 구글TV를 견제하기 위해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향후 핵심은 ‘구글이 모토로라의 셋톱박스 관련 특허를 활용해 콘텐츠를 확대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몰린다.
◇구글 견제심리는 휴맥스에 수혜?=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 셋톱박스 사업 위축을 예상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휴맥스를 포함해 페이스, 테크니컬러 등 기존 셋톱박스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재 세계 셋톱박스 시장 1위 업체는 페이스다. 2위가 모토로라, 3위 테크니컬러(옛 톰슨), 4위 시스코 순이다. 휴맥스는 5위권으로 추정된다.
셋톱박스의 최대 구매자인 유료방송사업자들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를 줄 구글의 존재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구글에 팔린 모토로라 셋톱박스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모토로라가 단순 셋톱박스 판매자였다면 구글은 잠재적 유료방송사업자의 경쟁자”라며 “기존 방송사들이 구글의 사업 확대를 반길 리 없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