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이 모처럼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지수가 역대 세번째 상승폭을 기록했다.
16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86.56포인트(4.83%) 급등한 1879.87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폭은 역대 세번째로 큰 것이다. 역대 최대 상승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바닥을 다지던 2008년 10월30일 115.75포인트이며 그 다음은 2007년 8월20일 93.2포인트다. 코스닥은 22.08p(4.66%) 급등한 496.23 마감했다.
전날 뉴욕증시가 기업들의 잇단 인수합병(M&A) 소식에 상승 마감하자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지수 급등의 원동력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63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지난달 8일 이후 최대 규모 순매수다.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과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로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코스피가 폭락한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외국인은 9거래일 동안 내리 물량을 쏟아냈다.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 전환은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의 채무 위기로 크게 동요했던 세계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된 결과다.
대신증권 홍순표 시장전략팀장은 "지난주 미국 주간 실업 신청 건수가 40만 건 이하로 집계되고 미국 소매 매출, 월트디즈니 기업 실적 등과 같은 실물 지표가 개선돼 애초 우려했던 하반기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순매수 지속 여부를 놓고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둔화나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걱정이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후 한국 주식시장에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돼 주가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워낙 많이 팔아 순매수할 여지가 있지만, 당분간 과대한 낙폭을 만회하는 수준에서 거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