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국가산업단지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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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산업단지에 신선한 문화바람이 불고 있다. 딱딱한 이미지의 산업단지에 음악과 춤이 흐르기 시작했다. 구닥다리 이미지의 산단을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노력 덕분이다. 반월시화단지에는 지난주 기업 임직원에게 춤(댄스)과 무용을 무료로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남동산단(인천)도 지난달부터 주 1회씩 단지 내 기업 임직원에 합창을 무료로 가르쳐준다. 서울디지털단지에는 직장인 밴드 바람이 인다. 오는 11월에는 이들 수강생이 직접 출연하는 ‘산업단지 문화예술 한마당(가칭)’도 열린다.

 전국 815곳에 달하는 산단은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1960년대 초만 해도 우리나라는 필리핀이나 북한보다도 못 살았다. 산단을 기반으로 산업화와 근대화에 성공, 마침내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산단은 우리 경제 중추인 제조업 생산 60%와 수출 72%, 고용 40%를 담당한다.

 산단은 1962년 울산국가산업단지의 태동과 맥락을 같이한다. 대한민국 대표 산단인 구로(서울디지털단지)는 1967년 조성됐다. 수도권 국가산단인 반월과 남동(인천)은 1970년대 말과 1989년 완성됐다.

 역사가 수십년 되다 보니 각 산단은 시설 노후화가 심각하다. 산단마다 만성적 주차난과 물류 시설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녹지가 부족하고, 주변 시설이 열악하다. 젊은 직장인들이 산단을 꺼리는 이유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말 시화·남동·구미·익산 등 4곳의 국가산단을 구조 고도화 시범지역으로 선정, 개선하고 있다.

 민자를 포함해 내년까지 약 1조원가량이 투입된다. 이중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돈은 200억원이 채 안 된다. 산단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개선을 위해 할 일은 많지만 돈이 부족하다. ‘국가산단 개조’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힘이 부치는 것이다. 행여 ‘언 발에 오줌’만 누고 말까 걱정스럽다. 나랏 돈 말고 민자가 필요하지만 여의치 않다. 투자 대비 ‘얻을 떡’이 적기 때문이다. 개발이익금 50%를 재투자해야 하는 등 민자가 들어갈 공간이 좁다.

 산단을 ‘현대화’하려면 각종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민간의 적정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나뉘어진 개발 주체도 문제다. 국가산단 관리는 정부 위임을 받은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담당하지만 기반 시설 유지 및 보수는 지자체가 담당한다. 노후한 국가산단 보수를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산단 개선이 어렵고 늦어질 수밖에 없다.

 법률도 만만치 않다. 삼중 관리체계에 있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과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사업은 한 곳에서 이뤄지는데 관할법이 3개나 된다. 산업단지 재생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지자체·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


 방은주 경인취재팀 부장 ejb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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