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직격탄 날린 외국계 증권사 어떻기에

보고서 신뢰성 논란…금융당국 "한국 너무 나쁘게만 봐"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외국계 증권사를 금융당국이 공개 비판하고 나서 외국계 증권사의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며 잇따라 내놓은 보고서가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지 않고 불순한 의도에서 작성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자금 조달 리스크에 따른 충격흡수 정도를 가늠한 순위에서 한국이 아시아 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대외 부채상환능력 비율과 예대율(LDR) 순위가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8개국 중 가장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지난 11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2.5%로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이 4% 이상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2%대 성장률을 언급한 것 자체가 과도한 비관론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외국계 투자은행(IB)과 증권사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이 국내 기관들보다 박한 것은 일종의 관행이었다. 노무라증권(3.5%), UBS(3.8%), BoA(3.9%) 등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 밑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계 보고서는 한국을 제삼자로서 바라보므로 투자자들의 균형 있는 판단을 돕는다는 긍정적 기능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이들 보고서가 결과적으로 시장에 불필요한 위기감을 키운다고 비판한다. 파생상품 등으로 돈을 벌려는 생각에서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는 사례도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12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권 위원장은 "일부 외국계증권사가 객관적 기준이 아닌 자의적 기준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하자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의 대외 상환 능력이 가장 취약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런 보고서 작성에 유의해달라"고 주문했다.

당국이 자의적이라는 표현까지 해가며 외국계증권사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4일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애널리스트 개인의 견해일 수 있지만, 너무 나쁘게만 쓰는 경향이 있다.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매번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한다. 평소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의 문제점을 인식하다가 이번에 다시 위기를 증폭시키니 거론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가 쓴소리를 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기업이나 정부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만큼 특정 종목의 `매도`(sell) 의견을 거리낌 없이 내거나 거시경제에 직설적인 코멘트도 한다.

도이치뱅크는 2005년 1월 `셀 코리아`(Sell Korea)란 보고서를 통해 급등하는 한국 주식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며 한국 주식비중을 줄일 것을 투자자들에게 강력히 권유하기도 했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장은 "외국계는 한국의 높은 대외의존도와 금융시장 불안을 시장 전망에 특히 많이 반영하는 것 같다. 이번 사태처럼 금융 불안이 증폭되면 이를 국내 기관들보다 빠르게 경제 전망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금융당국 비판을 수긍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인다.

노무라금융투자 권영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는 상당히 강한 회복력이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투자자로서는 시나리오 분석이 아주 중요하다. 발생 가능성이 아주 작더라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나쁘게 전망하는 것이 아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입을 다문다면 투자은행(IB)으로서 직무유기다.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할 때도 잦은데 부정적으로 전망할 때 언론에 더 부각이 돼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ksyeo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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