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쇼크`에 부동산 문의↓…가격은 요지부동

최근 부동산 시장 2008년 금융위기 직후보다는 `안정`

미국발(發) 금융쇼크가 국내 경제를 강타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부동산 시장에 더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지난달 말 `반짝 증가세`를 보이던 수도권 주택 매수 문의가 이달 들어 뚝 떨어지고 거래가 끊어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가격이 별로 떨어지지는 않아 금융불안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동반 위기가 본격화할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번 사태가 본격화한 지 열흘째 되는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내내 부동산을 사고 싶다는 매수 문의가 전주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서울 송파구 H공인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줄어들고 시세보다 4천만~5천만원 빠진 급매물이 다시 나오고 있다"고 했고, 인근 P공인 측도 "7월부터 살아나던 재건축 단지의 좋은 분위기가 다시 꺾이면서 수요자들이 선뜻 거래에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부터 저가 급매물 위주로 거래건수가 늘어나며 상승세를 보이던 주요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가라앉고 있다는 전언이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인근 D부동산은 "최근 재건축 단지 가격이 2천만~3천만원씩 오르면서 좋은 흐름을 탔는데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니까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거의 다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역시 문의가 급감했다고 전했다.

강남구 개포동 J공인 대표도 "아무래도 주가 폭락 이후 문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며 부동산이 주식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경제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큰 데다 심리적인 공포감이 확산돼 정부가 금리를 동결했음에도 투자 심리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경기도 분당 K공인은 "손님들마다 주식 이야기만 하고 거래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금리동결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며 정부에서 어떻게 좀 해줘야 하는데…"라고 하소연했다.

노원구 중계동 T공인 관계자는 "원래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았으니 금융불안 사태와는 관계없이 계속 약보합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넘어오면 나아질텐데 당분간은 그럴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소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 시장의 매수세가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주식처럼 당장 시세가 확 떨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국민은행 주간아파트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쇼크 이후 한 주간 전국의 아파트 매매시세는 전주 대비 0.1% 올랐다. 6대 광역시와 기타 지방은 각각 0.2%, 0.4% 올랐고, 서울과 경기도는 가격 변동 없는 보합세를 보였다.

부동산114도 본격적인 휴가철과 금융불안 사태가 겹쳤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시세가 3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상승세를 타던 강남과 송파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가 7월 말에 비해 1천만~2천만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된 사례가 몇 건 있었지만 전체 주택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었다.

주택시장이 앞으로도 큰 폭의 가격하락을 겪지 않고 무사히 이번 위기를 빠져나올 수 있을지, 조만간 주식처럼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나온다.

개포동 J공인 대표는 "앞으로 조금 가격 조정이 될 것 같기는 하지만 큰 폭은 아닐 것"이라며 "여기서 1천만~2천만원까지만 떨어지면 집을 사겠다는 대기수요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매도자도 당장 낮은 가격에 내놓을 생각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부동산114 이호연 과장은 "생각보다는 금융쇼크의 영향이 적었다. 지난주에도 오산, 광명, 남양주 등 서울에 인접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를 구하러 왔다가 매매로 전환하는 소비자들이 상당수 나왔다는 점에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만큼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워낙 부동산 버블이 심해 단기간에 가격이 급락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에 더 나빠질 것도 별로 없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은 "최근 트렌드는 부동산이 투자상품화하면서 금융시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은 공급이 아닌 수요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데 현재는 관망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시간이 흐르면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직까지는 매도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지만 매수세가 한발 뒤로 물러선만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수요자들이 원하는 가격으로 낮춰 거래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 소장은 "단기적으로는 금리동결과 규제완화 등의 호재가 일부 작용하겠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이 길어진다면 가을 이사철을 맞아 회복되려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firstcircl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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