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운용체계(OS) ‘바다’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모바일’을 제쳤다. 장기적으로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 이은 3대 스마트폰 OS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가트너가 발표한 ‘2011년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0.9% 점유율에 그쳤던 바다 OS는 올해 들어서는 2분기 1.9%까지 점유율을 높이며 1.6%에 그친 윈도 모바일을 추월했다.
가트너는 바다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폰 시리즈가 2분기까지 누적 판매 744만대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OS별 순위는 안드로이드가 43.4%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노키아 ‘심비안’이 22.1%로 iOS 18.2%를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인모션(RIM)은 11.7%로 4위를 차지했다.
5위에 오른 바다는 아직 상위 그룹과 격차가 많이 나지만, 향후 빠르게 점유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노키아가 ‘심비안’을 포기하기로 했고, RIM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점유율이 7%포인트 급락,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바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9% 점유율이 두 배 이상 늘어나며 수직상승 중이다.
시장 조사 기관 캐널리스는 삼성의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에 비해 421% 성장했는데 355%나 늘어난 바다 스마트폰 출하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바다를 탑재한 ‘웨이브 시리즈’는 세계 120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3분기 중 ‘텐밀리언셀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9월 초 독일 가전전시회 IFA에서 새로운 ‘바다’ OS를 장착한 스마트폰 ‘웨이브3’를 전 세계에 발표할 예정이다. 차기작 출시 효과로 ‘바다’ 시장 점유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의 로웰 맥애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바다폰이 윈도폰7, 블랙베리와 함께 iOS, 안드로이드의 뒤를 이을 제3의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
스마트폰 OS별 시장 점유율 (단위:%)
자료:가트너
<뉴스의 눈>
삼성전자 스마트폰 운용체계(OS) ‘바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를 앞지른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공룡 MS를 따돌리면서 ‘OS 독립’이라는 장기 비전 달성 가능성이 한껏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바다’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것만으로도 삼성의 ‘멀티 OS` 전략은 빛을 발할 전망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바다-삼성앱스’로 대변되는 SW 생태계 강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출시를 앞둔 바다 차기작 ‘웨이브3’ 마케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OS 독립’ 가속화=전문가들은 ‘바다’가 ‘윈도’를 앞지른 것은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하반기 MS가 노키아와 손잡고 차세대 ‘윈도폰’ 물량공세를 펼치면 금세 재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징적 의미는 크다. 우선 다소 허황돼 보이던 삼성의 ‘OS 독립’이 이젠 가능할 수 있다는 분위기로 반전될 수 있다. 최근 이건희 회장이 직접 거론한 ‘소프트 기술’ 확보와 맞물리면 ‘바다’ 개발 역량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바다’ 개발 활기는 독자 앱 스토어 ‘삼성앱스’, 모바일 클라우드 ‘S 클라우드’ 등 SW 프로젝트의 잇딴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 OS는 앱과 서비스 등 생태계(에코시스템)이 갖춰줘야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멀티 OS’ 전략도 탄력=바다의 부상은 그동안 구글·MS 등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OS 의존 구조를 크게 개선할 전망이다. 현재 밀월관계인 구글과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자체 OS라는 대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라는 분석이다.
삼성은 바다와 함께 안드로이드, 윈도 등 멀티 OS 전략을 구사하면서 다른 OS 메이커와 협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AP와 통신 칩셋을 자체 개발하면서 퀄컴 등 부품 공급업체들과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과 비슷한 이치다. OS 자체의 영향력이 커지면 우군을 확보하는 문제도 해법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바다’의 영향력이 커지면 MS·오라클 등의 모바일 SW 특허공세에도 유용한 카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고중걸 로아그룹 연구원은 “삼성이 향후 저가폰 등에는 특허 문제가 없는 바다폰을 활용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웨이브3’로 하반기 대대적 마케팅=삼성전자는 9월 초 독일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IFA에 바다폰 후속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른바 ‘웨이브3’로 국내는 물론이고 유럽 등 세계 각국에 동시 출시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해 SK텔레콤 단독으로 출시된 ‘웨이브2’와 달리 SK텔레콤과 KT 동시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KT는 출시가 확정됐으며 SK텔레콤과는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3는 중저가 보급형이라기보다 프리미엄 모델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바다폰은 현재 유럽에서 인기가 높다. 프랑스에서는 월간 판매량에서 아이폰을 누르기도 하는 등 OS 점유율 3위를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는 ‘웨이브3’를 시작으로 유럽뿐만 아니라 제3 세계시장 공략도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2` 출시로 ‘삼성앱스’ 하루 앱 다운로드가 배 이상 늘어났다”며 “웨이브3가 출시되면 ‘삼성앱스’ 이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지영·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