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서 가처분 `맞불` 대응 할 듯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제소는 삼성전자 갤럭시탭 마케팅에 직접 충격을 가하는 동시에 본안 소송을 위한 여론몰이 성격이 강하다. 디자인 관련 특허가 가처분 신청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의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수용으로 삼성과 애플의 특허공방은 ‘3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삼성 역시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전략에 효과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아이폰 차기작’ 등을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맞대응 카드를 내놓으면서 전사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소송전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면서 비즈니스 결별 또는 전격적인 크로스 라이선싱 체결 등 극단적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애플, 왜 가처분 카드인가=독일에서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애플은 일단 특허소송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각국 법원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맞소송으로 2라운드까지 팽팽하던 싸움에서 기선을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은 일단 받아들여지면 상대방 비즈니스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 본소송에 앞서 여론몰이도 가능하다.
애플이 이 같은 이점이 있는 가처분 신청 카드로 선회한 것은 다분히 계산된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다. 현재 애플이 제기한 디자인 관련 특허가 가처분 신청에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당장 외관 디자인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모방 여부는 쉬운 판단이 가능하다.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애플은 이를 감안해 지난주 호주에서도 가처분 신청을 해 ‘판단 유보’라는 다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지난달에는 미국 법원에도 본소송과 별도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뒤늦게 냈다.
삼성전자가 맞제소한 무선통신기술 관련 특허가 기술 배경이 없으면 쉽게 판단할 수 없어 가처분 신청이 쉽지 않은 단점을 역이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창훈 특허법인 우인 미국변호사는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은 산업도시 속에 있기 때문에 특허소송을 가장 많이 다루는 유럽 법원 가운데 하나다. 특허권자에게 유리하도록 가처분 신청도 빠르게 받아들이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애플이 이 법원을 선택한 것도 다분히 전략적인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지방법원이 판매금지 가처분을 기업에 미치는 심각한 타격을 고려해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상반된다.
◇삼성전자, 통신 특허 융단폭격 나서나=삼성전자는 당장 항소를 통한 가처분 무효소송에 나설 전망이다. 가처분 무효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년가량 걸리는 본소송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갤럭시탭 10.1’의 독일 내 판매가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도 “무효 항소 등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처럼 판매금지 가처분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가처분 신청이 잘 받아들여지는 독일과 한국을 중심으로 다음 달로 예상되는 ‘아이폰 차기작’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이 점쳐진다.
하지만 애플과 달리 삼성의 통신 특허는 신속하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받아들여지지 않을 공산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그동안 몇 가지 특허만 선별적으로 제기하던 소송 전략에서 벗어나 거대한 통신 특허풀을 활용한 대규모 특허 소송 전 ‘융단폭격’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최대 부품 고객사인 애플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전략을 바꾸는 것이다.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부품 수급을 놓고 우호 관계를 맺어온 양사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면전이 양사의 크로스 라이선스 합의를 앞당기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장지영·김인순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