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정의 그린로드] 진정한 저탄소 녹색성장이 되려면

 일주일 후, 8월 15일이면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발표한 지 만 3년이 된다. 3년 동안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를 눈과 귀가 닳도록 보고 들었다. 녹색성장은 MB정부의 대명사가 됐고 세상은 온통 녹색에, 그린이었다.

 ‘녹색성장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으면 정책이 되지 않았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명은 녹색이나 그린으로 시작했고 보고서 표지 색깔도 그린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녹색성장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으면 신기하게도 말이 됐다. 산업·IT·서비스할 것 없이 앞에 그린이나 녹색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비롯한 법·제도를 제정했다. 범국민적인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을 위한 기구도 만들었다.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중앙 정부와 지자체도 녹색성장책임관(CGO)을 뒀다. 지자체에는 따로 지방녹색성장위원회가 꾸려졌다. 민간 협의체를 꾸려 각계 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도 했다. 녹색성장을 대한민국 저변으로 확산하기 위해 대국민 캠페인도 전개했다. 중장기 사업추진전략과 예산체계도 다듬었다.

 2009년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줄이겠다고 선언,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첫 번째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도 설립했다. 국제사회와 함께 녹색성장 모델을 연구해 경제 발전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와 함께 스마트그리드 선도국이 되기도 했다.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았다. 그린 뉴딜 구상이 나왔고 정부는 녹색으로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겠다는 정책도 내놨다. 그러나 1990년대 말 IMF 관리체계 이후 찾아온 벤처 붐으로 인한 거품을 경험한 세대들은 녹색 벤처 붐을 경계했다. 금융권 움직임은 특히 조심스러웠다. 정부는 될성부른 녹색기업을 집중 육성한다고 했지만 자금줄을 쥐고 있는 금융권은 요지부동이었다. 은행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벤처캐피털들도 10년 전과 달리 벤처, 특히 녹색벤처를 보는 눈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녹색기업임을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금융권의 제안을 받아들여 녹색인증제를 만들었지만 자금에 목마른 기업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 3년을 맞은 올해 ‘저탄소 녹색성장 시즌2(Phase 2)’를 선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해 온 ‘본격적인 실천과 행동’이 핵심이다. 구호로 외쳐 온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민 모두에게, 산업 전반에 스며들게 한다는 구상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지난 3년간 준비했다면 이제 움직이는 일만 남았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인 에너지 절약을 위해 최근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고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내년부터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방법의 하나인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가 발효된다. 2015년 이후에는 배출권거래제도 시행된다.

 정부는 ‘나 먼저(Me First)’를 강조한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내가 먼저 시작하자는 의미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제도는 대부분 규제 성격을 띤다. 힘들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참고 견디면 못 할 일이 없겠지만 대단한 희생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자본력과 인력풀을 갖춘 대기업이라면 모르겠지만 매달 지급해야 할 임금 마련하기도 바쁜 중소기업엔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는 지금의 제도보다는 열심히 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시장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야 말로 진정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첫걸음이 아닌지 싶다.

 주문정·그린데일리 부국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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