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과학자 유치는 곧 우리 연구 풍토 혁신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의 기초과학연구원에 해외 우수 과학자를 적극 유치한다. 초기 정착금 지원과 정주 환경 조성, 연구자 겸직 허용 등 자유롭고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의 해외 과학자 유치 역사는 오래 됐다. 1968년부터 1979년까지 498명의 해외 한인 과학자를 국내에 데려왔다. 1986년까지 716명이 더 들어왔다. 이들은 척박한 우리 과학기술 연구에 큰 기여를 했다. 2000년대엔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육성사업(WCU)’과 ‘해외고급과학두뇌초빙사업’을 통해 매년 1000여명씩 데려왔다. 외국인 과학자도 적극 유치했다.

 초기 귀국 과학자들은 파격적인 국가 지원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과제든 연구할 각오로 일했다. 최근엔 이러한 사명감보다 연구 환경과 교육, 문화 등 가족 생활 여건을 따진다. 사실 대전 이남 지역의 연구기관은 국내 과학자도 가길 기피하는 곳이다. 언어와 문화가 낯선 외국인은 오죽하겠는가.

 정부가 해외 우수 두뇌를 모시려고 좋은 대우와 정주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시도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유럽과 이스라엘의 연구기관엔 별다른 대우 없이도 과학자들이 몰린다. 정부 간섭 없이 자유롭게 연구할 분위기를 만든 덕분이다. 우리 연구소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가. 연구원들이 자율 연구는 커녕 숱한 보고서 작성에 심지어 연구과제 수주 로비까지 매달려야 하는 게 우리 연구소 현주소다.

 해외 과학자 유치를 우리 연구소 풍토를 바꾸는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해외가 아닌 국내 과학자가 먼저 탐 내는 곳이어야 한다. 이러한 혁신 없는 해외 과학자 유치는 마구잡이로 머릿수(유치목표)만 채워 세계 수준의 과학자 유치 비율이 29.3%에 불과한 WCU 사례를 되풀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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