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공동 보조 없이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벤처기업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유기적인 관계 없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입체음향(3D) 전문기업 이머시스(www.emersys.co.kr)는 휴대형 외장 스피커인 도넛 형태의 ‘사운드 도넛(모델명)’을 올해 6월 처음 수출 계약했다. 일본의 회의장 시스템 제조업체 우치다요코에 올 한해 10만대 공급키로 하고 매일 500대씩 선적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이리버가 총판을 맡았고 1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이 휴대형 외장스피커는 136×26㎜ 크기의 도넛 모양으로 3W짜리 2개로 5.1채널을 구현한다. 한번 충전하면 450시간 대기, 9시간 음악재생이 가능하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되고, 수 십 만원씩 하는 콘퍼런스 콜 기능도 거뜬히 구현한다. 마이크 달린 전화 역할은 기본이다. 조만간 현대자동차 출고차량에 선물용으로도 납품한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의 김풍민 이머시스 사장이 김흥남 ETRI 원장을 찾았다. 고대하던 수출길이 열렸지만, 국내 마케팅과 향후 기술개발을 고민하고 있는 이머시스엔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 돌파구를 산·연 상생에서 찾은 것이다.
ETRI는 김 사장이 한때 젊음을 불살랐던 고향이나 다름없다. 이 곳을 찾은 김 사장은 김흥남 원장과 ‘사운드 도넛’을 두고 정감있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김 원장은 “스피커폰의 단점은 하우링(소리울림) 현상인데, 그 문제는 잡았습니까. 콘퍼런스 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폴리콤이 하우링과 관련한 자신들의 특허를 피할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 치는 걸로 아는데요”하며 스피커를 블루투스로 연결할 때 나타나는 기술적인 맹점을 정확하게 꼬집었다.
이에 김 사장은 “스피커 옆에 마이크를 두는 방법으로 하우링을 완벽하게 제거했습니다. 나아가 주변 노이즈 제거 기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목소리만 전달됩니다”라며 마치 대답을 준비라도 한 듯 쏟아냈다.
또 김 사장은 “입체음향 SW를 기반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보니, 직원들이 하드웨어에 약하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개발비와 양산비용을 조달할 수 있겠냐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생산에 들어가고 나서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자석물질 수입가가 나날이 올라 부담이 엄청 컸습니다”라며 개발 당시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김 원장은 “좋은 결과가 나와서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습니다. 시가총액 1조원의 중견기업으로 키워보자”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만간 오픈할 ETRI 융합기술센터에 이머시스의 입주를 권했다. 또 ETRI 입체음향팀과 TV부문에서 협력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조건 없이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한편 이머시스는 ‘사운드 도넛’을 이달부터 국내 시판에 들어간다. 가수 키아라와 함께 대대적인 홍보전도 펼친다. 오는 10월엔 대전 엑스포남문 광장서 ‘2011 빅필드록 페스티벌’도 추진한다. 이 페스티벌에는 한국과 일본 인디밴드 등 10여개 밴드가 참여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