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페이스북 얼굴인식 `위법` 첫 판결...귀추 주목

 페이스북 ‘얼굴인식’ 기능이 독일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다. 미국, 유럽연합(EU)에서도 이 기능이 사생활 침해라며 전방위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4일 요하네스 카스파 함부르크 데이터보호기구 위원장은 “페이스북 얼굴인식 서비스를 위법으로 결론짓고, 독일 정부 명의로 얼굴인식 기능을 중지하라는 서면 통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일 정부는 페이스북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벌금형을 포함한 ‘심각한’ 제재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얼굴인식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세계 이용자가 올리는 사진을 자사 서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약 750억장의 사진 DB가 구축돼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얼굴인식 소프트웨어는 ‘심각한 악용’이 가능하다”며 “독일 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얼굴인식 기능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올린 사진 속 인물에 마우스 포인터만 갖다 대면 자동으로 해당 인물의 이름을 보여준다.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페이스북 회원이라면 이름과 자기 홈페이지가 노출돼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어왔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이 기능을 처음 도입할 당시 ‘사진을 통한 간단한 친구 찾기’를 표방했다. 저스틴 미첼 페이스북 엔지니어는 “만약 당신이 사촌 결혼식 사진을 올린다면 신부 친구의 이름을 알아내 친구 맺기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얼굴인식 기능은 사용자 동의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본 설정’으로 도입됐다. 누군가가 이를 악용코자 한다면 피해자 얼굴을 몰래 촬영한 뒤 페이스북 사진첩에 올려 이름, 인맥 등 신상 정보를 알 수 있는 것. 민감한 정보는 아니지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명백히 침해한 셈이다.

 현재 EU 데이터보호기구를 비롯해 영국, 아일랜드에서는 이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얼굴인식 신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에서도 4곳의 개인정보보호 단체들이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페이스북의 얼굴인식 기능을 사생활 침해 혐의로 조사해달라는 요청서를 접수했다. 이번 독일의 위법 판결이 다른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논란이 일자 지난달 말 자사의 블로그에 개인정보 열람에 대한 공지를 게재하고 기능 사용 여부를 ‘옵션(선택)’ 방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를 사용자에게 메일 등으로 직접 전달하지 않아 대부분 사용자는 바뀐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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