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미영(51) 씨는 이틀 동안 방송을 시청할 수 없었다.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 때문에 김 씨가 가입한 케이블TV방송 송전선로가 쓸려갔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김 씨는 대학생 딸이 집으로 돌아와서 “집앞 대로에 산사태가 나고 강남역에서는 무릎까지 물이 찼다”고 할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만약 김 씨 집이 침수되거나 산사태가 집을 덮쳤는데 피하지 못했다면….
이 같은 아찔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국가재난 상황을 알리는 재난방송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높아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규칙 제26호(재난방송 실시에 관한 기준)는 현재 국가재난이나 비상사태에서 의무적으로 재난방송을 실시토록 규정했다. KBS1 TV·라디오에서 재난방송을 하고 KBS2 TV,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TV를 통해 영상·자막 등을 내보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80% 이상이 유료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다. 지상파DMB도 건물에 가리면 수신 감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케이블TV·IPTV 방송 가입자들도 재난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20세대 이상이 사는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에서는 이번 사태처럼 케이블TV 송출선이 망가졌을 때 해결할 방법이 있기는 하다. 절체스위치를 달거나 집안에 중계용 소출력 무선기기를 달면 된다.
자동 절체스위치는 방송선로로 흘러들어오는 방송신호에 이상이 생기면 자동으로 지상파방송 신호를 잡아서 흘려주는 장치다. 케이블TV 송전선로가 쓸려가도 즉시 KBS1·MBC·SBS·EBS·OBS 순서로 신호를 바꿔서 재난방송을 화면에 띄워주는 기술이다. 중계용 소출력 무선기기는 아파트 세대 내에 설치된 위성공시청 TV 분배기에서 나오는 지상파DMB 신호나 FM라디오 신호를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IPTV는 셋톱박스 안에 지상파방송 수신이 가능한 튜너를 내장해서 시대분배기함의 방송 출력 단자와 연결토록 하면 재난방송을 볼 수 있다. 이런 대책·방안들을 방송공동수신설비 설치기준에 관한 고시에 포함시켜서 강제하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PM(Project Manager)들도 차세대 재난방송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상일 PM은 “방송망과 통신망을 제어해서 TV·라디오·DMB플레이어·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모든 영상기기를 자동으로 켜지게 만들어 재난방송을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며 “1년여가 지나면 개발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방송, 통신, 전자제품 제조사와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문제는 아파트 공시청설비가 망가져서 절체스위치나 소출력 무선기기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이 아닌 개인주택에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도 우려된다. 당장에는 휴대폰 재난문자나 다양한 기기를 갖춰 놓고 재난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지난해 처음 통과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아직은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올해 안으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