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꼴 저작권 분쟁, 위험수위

 사례1. “오늘 법무법인에서 *** 글꼴을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사용한 것이 저작권 위반이며, 3일 이내 처리하지 않으면 고소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글꼴을 패키지 형태로 66만원에 구매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례2. “한글 프로그램에서 회사 이름을 적은 후 그 모양을 그림으로 본떠 홈페이지 회사명으로 표현한 게 저작권 침해인가요? 네 글자를 이용한 것에 대해 많은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제작 및 문서작업 등에 사용되는 글꼴(서체)을 둘러싼 저작권 갈등이 위험수위에 달했다. 글꼴 업체들은 1년 이상 힘들여 만든 글꼴 이미지가 불법으로 복제되고 있어 강한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만 해당 중소기업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글꼴 자체를 저작권으로 보호하지 않고 있는 현행 저작권법과 대법원 판례(1996년)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민·형사상 책임을 거론하는 일부 법무법인 행태에는 글꼴 업계에서조차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3일 문화부 및 업계에 따르면 일부 글꼴 제작업체들이 법무법인을 통해 홈페이지 제작사·중소기업에 저작권 및 라이선스 계약 위반을 묻는 경고장을 무차별적으로 발송하고 있다. 일부 법무법인의 소송위협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달 글꼴업체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해결방안 모색에 들어갔다. 시민단체 학계 등도 무차별적인 단속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저작권위원회 상담센터에는 글꼴 프로그램 사용 후 소송에 직면하거나, 홈페이지를 새롭게 제작한 후 서체사용 분쟁에 휘말린 기업들의 문의가 급증하는 추세다.

 김용욱 저작권위원회 상담팀장은 “글꼴 프로그램을 PC에서 복제하거나, 전송하는 행위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지만, 판례상으로는 글자꼴 자체는 아직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정품 글꼴 파일을 구매한 뒤 이를 기업의 간판이나 로고로 제작하는 것은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 지불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외부 홈페이지·디자인 업체에 의뢰해 자사의 홈페이지나 홍보 배너 등을 제작한 적잖은 중소 기업들은 최근 일부 법무법인의 소송 위협, 패키지 구매요구, 라이선스 계약체결 등을 요청받고 있다.

 글꼴 업계는 정품서체 사용률이 20% 이하인 상황에서, 현행 법체계가 글꼴 제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 글꼴 디자인의 창작적인 부분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모색할 방침이다.

 글꼴 업체 한 관계자는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을 흡수한) 현행 저작권법은 글꼴을 프로그램으로만 보고 있다”며 “글꼴을 이용해 또 다른 상업화를 시도하면 사용권에 대한 허락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저작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진근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작물 공정이용 지원센터 설립 등 공정이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정책연구원은 “글꼴은 문서작업 또는 댓글 등 언제 어디서나 이용된다”며 “현재는 저작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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