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택배법을 제정하려던 택배 업계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3일 민주당 최규성 의원실 측은 “택배법 발의를 위해서는 불법 자가용 자동차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면서 “18대 국회에서 택배법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올 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신속한 택배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국토해양부 물류산업과 관계자 역시 “4~5개월 후 택배산업 발전방향 등 정부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법 재논의는 19대 국회가 열리는 내년 하반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택배법이란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택배업만 떼어내 ‘맞춤형’ 법규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해 송광호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하려 했으나 용달업계 반대로 무산됐다.
가장 큰 문제점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증차(增車)’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2004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영세 화물차주를 보호하기 위해 화물차량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도록 국토부가 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택배물량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횟수는 2002년 14.3회에서 2009년 42회로 3배 증가했다. 택배 물동량은 2000년 1억1000만개에서 2009년 10억9900만개로 10배가 늘었다. 더욱이 홈쇼핑 채널이 5개에서 6개로 늘어 내년 방송이 시작되고 인터넷몰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택배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택배사들은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화물용 번호판(노란색)이 아닌 일반용 번호판(녹색)을 단 편법차량을 임시로 이용하고 있다. 그 규모가 전체 택배차량 3만5000대 가운데 37%인 1만2000대나 된다. 최규성 의원실측은 이를 ‘불법 자가용 자동차’라고 지적했다. 다른 방법은 기존 화물차량을 사서 택배차량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번호판값’이 최고 1500만원이나 하기 때문에 차를 살 수도 없다.
용달업계로서도 번호판 프리미엄을 포기하거나 직접 택배사업을 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택배차량을 운전하면 하루 12시간씩 주 6일을 일해도 실수입이 월 150만원에 불과한데 누가 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정식 산업으로 인정을 받아야 투자도 할 텐데 어정쩡한 상태”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택배법 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