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 준비에 고삐를 죄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최근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표로 사업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중소형 증권사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IB 꿈이 무산될 처지에 놓인 대표적인 증권사는 한화증권이다. 한화증권은 지난 6월29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미래수익원 발굴을 위해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리지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성장엔진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IB본부를 커버리지본부와 프로덕트 본부로 나누는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헛물만 켜게 됐다. 개정안에 IB 자기자본 요건이 3조원 이상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자본금은 9400억원 수준. 중소형 증권사가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하려면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다. 대규모 유상증자가 실현되기 어렵고, 성사돼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재무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악화돼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당장 올해는 운용과 프라임브로커 사업을 할 수 있는 만큼 내실을 다지는 전략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빅5’로 불리는 5대 회사를 제외한 다른 중소형 증권사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신증권은 자본금 1조8000억원 수준이지만 IB 꿈을 접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양증권, KB투자증권, 교보증권, SK증권 등도 비슷한 처지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국내 증권시장이 소수 대형사와 다수 소형사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형사들은 대형사가 쉽게 공략하지 못할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은 “그동안 중소형사와 대형사의 사업모델이 비슷했고 전체적으로 너무 영세해 문제였다”며 “시장이 재편되고 자본력의 중요성이 드러나면 중소형사를 중심으로한 M&A 논의가 지금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