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보고` 대학, 모바일 특허 1000개 묶어서 내놓는다

 대학이 1000여 건의 스마트폰·통신 등 모바일 기술과 관련한 특허 포트폴리오 공동 구축에 나섰다. 애플이 주도한 컨소시엄이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노텔의 45억달러어치 특허를 한꺼번에 매입하는 등 글로벌 특허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원천기술의 보고(寶庫)’ 대학이 국내 모바일 업계에 새로운 특허 무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31일 업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광주과학기술원과 포스텍(포항공대)·연세대·전남대·전북대 5개 대학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연구재단의 ‘공공기관 보유기술 공동 활용사업’의 지원을 받아 모바일 분야 특허 패키징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허 패키징은 연관성이 있는 특허들을 묶어 하나의 ‘특허 상품’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참여 대학이 보유한 관련 분야 특허는 1000건을 넘는다.

 컨소시엄은 모은 특허를 추려내 4G 이동통신을 비롯한 12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패키징한 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나 이동통신사업자 등에 이전할 계획이다. 정부·민간이 공동 출자한 창의자본주식회사에 매각해 인텔렉추얼벤처스(IV) 등 해외 ‘특허 괴물’의 공세에 우리 기업이 방패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류귀태 광주과학기술원 산학협력단 팀장은 “특허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선 특허의 질과 함께 양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핵심 기술 특허와 주변 특허를 잘 연계해 패키징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컨소시엄 참여 대학이 보유한 모바일 관련 특허는 네트워크에서부터 스마트폰 하드웨어·소프트웨어까지 전 분야를 망라한다. 최근 가장 기술 경쟁이 뜨거운 분야인 4세대(G) 통신과 관련한 특허도 다수다. 이번 사업의 주력 아이템 중 하나로 분류되는 ‘다중입출력(MIMO)’ 기술은 무선 통신 용량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스마트 안테나다. 4세대 이동통신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글로벌 기업의 특허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또 무선통신에 필요한 요소 중 최소한의 기능만 하드웨어로 구성하고 주파수, 네트워크, 무선통신 방식에 따라 대부분 요소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기술인 ‘소프트웨어 기반 무선통신(SDR)’에 관한 대학 연구실의 특허들도 상품화한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상용화를 위하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야다. 이 외에도 직교주파수분할(OFDM),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도 포함된다. 연내 특허 패키징과 이전이 완료될 전망이다.

 모바일 업계의 차세대 먹을거리와 관련된 특허가 한 데 모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관심도 높다. 대학가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텔레콤 등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일부 기업은 특허 패키징이 끝나면 먼저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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