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들의 담합에 대한 전원회의 결과를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정유사에 보내지 않고 있어 담합의 논리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정유사들에 공문을 보내 전원회의 결과가 늦어질 것이라고 통보했다. 40일 이내 알려야 하는 내부 규정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공정위가 논리적 모순을 해결하고 정유사들의 담합 논리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유사들의 반박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 자진 신고한 GS칼텍스와 입을 맞추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정유 업계, 이유 있는 항변=정유 업계는 공정위가 주장하는 담합 자체가 논리적인 모순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정위가 증거라고 채택한 게 GS칼텍스 부장급 인사의 진술과 몇 번에 걸쳐 만났다는 정황 증거뿐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유 업계 한 관계자는 “GS칼텍스가 자사 부장의 진술과 정유 업계 실무 부장들이 식사 몇 번 한 것으로 자진신고(리니언시)를 했다”며 “해당 부장은 무려 11년 전 이야기는 속속들이 기억하고 얘기하면서 어디서 만났는지는 기억을 못한다”고 꼬집었다.
검증 절차가 오래 걸린 것도 담합 논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보통 리니언시 자격을 얻기 위한 검증 절차가 70여일 걸리는데 정유사 담합 건은 150일 정도 소요됐다. 게다가 공정위가 불공정 경쟁의 증거로 시장점유율이 수년째 유지됐다고 하지만 이는 불공정 경쟁이 아니라 경쟁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랜 기간 경쟁하다 보니 주유소 하나 뺏으면 기존 주유소 하나를 뺏기게 되는 구조라 어느 시점에서 무의미한 출혈 경쟁을 중단하게 된 것”이라며 “이는 경쟁을 안 한 게 아니라 경쟁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담합 기간을 2000년부터 전원회의 전날까지라고 하는데 그럼 정유사들이 시정 명령 이후 다른 정유사의 주유소를 빼앗으면 공정거래냐”고 따져물었다.
◇공정위, 이미 끝난 이야기=공정위는 이에 대해 이미 끝난 얘기라고 일축한다. 민간 위원들의 합의는 물론 법률문제도 모두 해결됐다는 것이다.
의결서 통보가 늦어지는 것도 과징금이 많고 사안이 복잡할수록 오래 걸리기 마련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또 의결서에 대한 것은 심판관리실에서 독립적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GS칼텍스와의 입 맞추기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 심의기관들의 불만은 이해한다”며 “전원회의 결과를 규정상 40일 이내 보내는 것은 맞지만 사안에 따라 90일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