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우리나라에도 기업 발굴부터 투자·육성,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을 종합 관장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등장한다. 기업금융 칸막이가 사라지고, 메자닌금융 등 융자·투자 복합 서비스가 활성화됨으로써 중소·벤처 및 신성장동력분야 자금조달 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초대형 IB 육성 전략을 골자로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정부안이 제출되고 법 개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 중 우리나라에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IB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IB의 기초가 되는 증권사들이 단순 위탁매매와 중개영업에 치중하면서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나 직접투자 등을 못해 왔다. 은행업에 편중된 금융산업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기업금융은 은행이, 증권발행 및 거래는 증권사가 독점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개정안은 금융위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을 갖춘 IB에는 기업 신용공여는 물론 내부주문 집행 업무까지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IB는 신성장동력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직접 금융지원을 확대함으로써 16%대에 불과한 중소기업의 자본시장 조달 자금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상장기업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손쉬운 정족수 확보 수단으로 악용해온 의결권대리행사(Shadow voting)도 전면 폐지키로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IB 육성이)향후 대한민국 실물경제에 필요한 선진 금융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더 이상 상품수출로는 먹고살지 못한다. 원전 수출에서 확인했듯, 우리기업이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행시 이를 일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 개정을 통해 정부는 한국거래소(KRX)가 독점하는 주식 유통·거래구조를 깨고,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대체거래시스템(ATS)사업을 활성화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투자자 선택권을 넓히고, 국내 증권 거래·유통시스템 경쟁력 강화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경쟁체제가 도입하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 ATS거래와 청산업무 및 시장감시 등은 한국거래소가 계속 관할하도록 했다.
<용어>
◆투자은행(IB)= 특정회사가 발행한 증권을 매매·중개하는 업무에서 벗어나 기업을 직접 발굴하고 투·융자해 새로운 수익 및 투자대상을 키울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뜻한다. 미국·유럽 등 선진 금융시스템에선 벌써 보편화됐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일부 국가만 법적 설립 및 운영을 제한하고 있다.
이진호·이경민·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