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애플이 천천히 내려갈 것입니다.”
대한민국 CEO 수출1호로 유명한 김광로 오니크라(ONICRA) 부회장이 전자신문과 단독 인터뷰에서 애플 추락론을 꺼냈다. 김 부회장은 LG전자 인도법인장 시절 인구 12억명 인도 시장에서 LG전자가 현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현지 최대 가전업체 비디오콘 부회장을 거쳐 올 초부터 인도 신용평가회사 오니크라 부회장을 맡고 있다. 23일 폐막한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연사로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애플 추락론 주장 배경으로 ‘단일 플랫폼’을 꼽았다. “과거 애플이 무너졌던 이유가 운용체계(OS)를 공유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고객이 적었다”면서 “잡스 CEO는 전철을 반복할 것이다. 지금은 잘 나가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등 오픈플랫폼이 훨씬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명의 천재(스티브 잡스 CEO)가 다수의 일반인을 한 때 이길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앞서갈 수는 없다고 단정했다.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고기를 주려 하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전형적 약자인 중소기업에 ‘고기’를 주려는 것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을 내버려두자는 주장은 절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독일, 대만 모두 전체 수출 70~80%를 중소기업이 담당합니다. 고용도 그렇습니다. 중소기업이 생존을 위해서는 실력을 키워야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중소기업이 연구개발(R&D) 품질과 사람에 투자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는 “중소기업이 밖으로 안 나가고 ‘어미 닭’(대기업) 품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며 “대기업에 불만이 있으면 그것을 스스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수출이다”고 덧붙였다.
스피드를 강조하는 한국 재계의 경영태도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스피드로만 왔는데 스피드만으로는 안 된다”며 “이제는 아날로그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 문화와 아날로그 문화를 잘 융합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한국이 소프트웨어가 약하다며 “스피드는 결과만 중요하고 프로세스를 남기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는 프로세스를 남기는 것이고 그것은 축적해 노하우가 될 수 있고, 팔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간 극복 대안으로 외국 우수 인재를 고용할 것을 주문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에서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일부러 안 오려는 것은 아니다. 인도에서 기회가 생겼다”면서 언젠가는 한국에서 경영자로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제주=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