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240)RIM, 미디어 박스 내놓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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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드베리`의 `블랙베리 사이클론` 이미지 화면

사면초가의 위기상황에 놓여 있는 스마트폰 업체 RIM(리서치 인 모션)이 애플TV, 구글TV와 유사한 형태의 미디어 박스 사업에 뛰어들 것이란 소식이다.

 RIM 관련 블로그 사이트인 ‘너드베리(Nerdberry)`는 RIM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RIM이 올가을 ’애플TV`와 유사한 형태의 미디어 허브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RIM이 ‘블랙베리 사이클론’이라는 코드명으로 미디어 박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것.

 ‘너드베리’에 따르면 ‘블랙베리 사이클론’은 HDTV의 HDMI 포트에 연결해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제품이다. 형태는 ‘블랙베리 사이크론’이 현재 판매 중인 ‘블랙베리 프레젠터‘ 보다는 다소 크다고 한다. ’블랙베리 프레젠터‘는 블랙베리폰 엑세서리로, MS의 파워포인트 등 슬라이드 화면을 스마트폰에서 무선으로 받아 시현하도록 지원하는 장비다.

 ‘블랙베리 사이클론’은 와이파이를 지원, 와이파이 네트워크상의 모든 디바이스에 접속할 수 도록 해준다. 너드베리는 올 가을 선보일 ‘블랙베리 사이클론’이 훌륭한 스트리밍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RIM의 미디어 박스 출시 소식에 업계의 반응은 아주 냉담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RIM의 미디어 박스 시장 진출 소식에 다소 놀랐지만 이미 이 시장은 애플TV, 구글TV, 로쿠 등 제품으로 포화 상태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게다가 RIM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가 아니어서 이를 돌파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gadgets and gizmos) 역시 RIM이 별로 성공적이지 못한 애플TV와 직접 경쟁하는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이 놀랍지만 애플과 달리 RIM이 미디어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IT업계의 냉담한 반응은 RIM의 최근 부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RIM은 올상반기 ‘플레이북’이라는 스마트 패드(태블릿PC)를 의욕적으로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 짝이 없었다. RIM의 호언장담과 달리 초도 생산 물량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플레이북’의 판매 실적은 저조했다. 설익은 ‘QNX’ OS를 플레이북에 적용, 부진을 자초했고, 리콜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RIM은 미국 시장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전분기 29%에서 24.7%선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한때 IT업계 전문가들은 RIM이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자체 OS 전략을 포기하고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하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RIM은 독자 OS 전략을 당분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RIM은 올하반기 ‘블랙베리7’이라는 새로운 운영 체제를 채택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며, 중장기적으로 올초 인수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업체인 ‘QNX` 플랫폼을 주력 OS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플레이북’에도 적용된 ‘QNX`는 RIM의 미래 전략 상품이다. RIM은 올 4월 ’하먼 인터내셔날‘ 사로부터 ’QNX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인수했다. QNX는 자동차용 실시간 임베디드 OS 전문업체다. 이 회사는 전세계 자동차 업체와 제휴해 차량용 내비게이션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실시간 OS를 제공 중이며 ‘LTE 커넥티드 자동차`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RIM은 스마트폰과 QNX의 차량용 내비게이션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결합해 자동차IT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QNX OS를 앞세워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임베디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플레이북’에도 ‘QNX`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패드2’와 당당히 겨룰 것이라던 ‘플레이북’은 나오자마자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말았다.

 이런 악조건을 딪고 RIM이 하반기에 내놓을 미디어 박스가 과연 성공할수 있을까? ‘블랙베리 사이클론’이 미디어 박스 시장에 ‘사이클론’이라는 열풍을 몰고 올지, 아니면 애플TV의 또 다른 ‘클론’ 제품을 내놓는 것은 아닌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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