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시장이 애플 아이패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국산 스마트패드(태블릿PC) ‘구세주’로 떠올랐다. 정부가 2015년까지 모든 서책형 교과서를 디지털로 전환키로 하고, 사교육업체들도 스마트패드용 애플리케이션 매출 비중을 늘리고 나서는 등 교육용 스마트패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스마트교과서 시장 열었다=교육과학기술부는 디지털교과서를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만 연결돼 있으면 접속해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방식으로 추진하고 하드웨어는 시장에 맡겨둔다는 방침이다. 교과부는 2015년까지 스마트기기를 대부분 갖추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역으로 교육 수요자들이 2015년까지는 어떻게든 기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시장을 노리는 제조사들은 앞다퉈 ‘교육 특화’ 스마트패드를 출시하는 한편 교육콘텐츠기업들과 제휴에도 경쟁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초기 시장 규모만 1조~3조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마트패드 ‘아이덴티티’ 시리즈로 주로 기업용 시장을 공략해오던 엔스퍼트는 ‘한국형 스마트교과서’사업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이 회사는 전략모델 ‘E250’을 통해 스마트교과서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E250은 멀티미디어 성능을 강화하고 어도비 플래시를 지원하는 웹브라우징과 클라우드 연동 기능 등 정부가 제시한 스마트교과서 정책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천보문 엔스퍼트 사장은 “고사양, 고기능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보급형 제품을 전자교과서 주력모델로 내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첫 스마트패드인 갤럭시탭7.0 모델도 처음부터 입시학원 6곳의 유명 강의 6000여개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한데 이어 대구고등학교에 100여대를 공급하는 등 ‘교육용기기’ 이미지를 강화했다.
학원가 관계자는 “갤럭시탭이 일반 사용자 시장에선 아이패드에 완패했을지 몰라도 휴대성과 동영상 등 콘텐츠 호환성이 뛰어나 중·고생에겐 더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아이스테이션·아이리버 등 중소 제조사도 교육용으로 특화된 스마트패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보급형 하드웨어 스펙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춰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PMP 업계 몰락’ 전철 밟을 우려도=사교육기업들이 속속 내놓는 스마트패드용 애플리케이션도 스마트패드 교육 시장 확장의 촉매제다. 메가스터디·능률교육 등 이러닝·콘텐츠업체 뿐 아니라 천재교육·두산동아 등 기존 서책형 교과서 시장 강자들도 앱 시장 진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성낙양 두산동아 대표는 “디지털교과서는 기존 서책형 교과서의 완전한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라면서도 “기존 출판계에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두산동아는 자사의 전과 시리즈를 모두 디지털화한 데 이어 교과부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는 대로 교과서 디지털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 같은 교육 시장이 중소 제조사들에 ‘함정’과 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교육 시장을 주 타깃으로 삼았던 PMP 업계가 일부 이러닝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다른 시장으로 뻗지 못했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 시장에 소구하려면 생산단가 인하와 함께 기능을 단순화하는 등 일반 스마트패드 시장과는 조금 다른 전략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로서도 딜레마다.
한 PMP 제조사 관계자는 “메가스터디가 PMP 업계에선 완전한 ‘갑’이 된지는 오래”라며 “중소 스마트패드 제조사들도 교육에 ‘올인’했다간 다른 시장으로 진출할 모멘텀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