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내로라하는 대기업 히타치가 중국 최대 LCD TV 업체 하이센스의 애프터서비스 센터 역할을 선택했다. 쇠락하는 일본 전통 전자 업계와 떠오르는 중국 신흥 전자 업계의 희비쌍곡선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13일 닛케이산업신문은 히타치제작소와 하이센스의 LCD TV 사업 제휴를 보도했다.
양사 제휴는 하이센스가 일본에서 판매한 LCD TV의 수리를 히타치가 담당하는 게 뼈대다. 수리는 히타치의 기후(岐阜) 공장에서 이뤄진다.
고객 응대는 하이센스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콜센터가 처리하고, 히타치는 하드웨어적인 수리만 맡는 조건이다. 이번 제휴로 하이센스는 탄탄한 고객 지원 서비스를, 히타치는 유휴 생산 시설의 재활용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히타치는 TV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과 체코 등 해외 생산 거점을 모두 철수하고 현재는 기후 공장에서만 TV를 생산한다. 그나마 고급 기종을 제외하고 중저가 LCD TV를 위탁 생산으로 선회한 결과, 기후 공장의 생산 라인 가동률이 하락했고 실적은 악화됐다. 2010년 LCD TV를 포함한 디지털미디어 부문 매출은 3860억엔, 영업 이익은 9억엔의 적자를 냈다.
히타치는 하이센스 TV 수리로 생산시설을 재활용해 고정비용 감소 효과를 기대한다고 닛케이산업신문은 전했다. 히타치는 기후 공장의 직원 일부를 하이센스 수리 전담 인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기존 설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신규 투자는 없다고 히타치는 밝혔다. 히타치는 2012년 디지털미디어 부문 실적을 매출 3600억엔에 영업이익률 1%로 잡았다.
하이센스는 일본 시장 진입에 성공하느냐의 기로에 섰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중국 LCD TV 업체 중 처음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30%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일본 시장에서 50만대 판매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수리 등 고객 지원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이센스는 디스플레이서치 조사 결과 LCD TV 세계시장 8위로 중국 업체 중에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