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융합연구그룹은 지난 2009년 1월 1일부터 3년간 일정으로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활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체친화형 경량 방탄복 연구에 나섰다. 기존 방탄복이 무겁고 뻣뻣해 활동이 어렵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방탄판을 삽입하지 않는 최고 방탄 수준인 IIIA레벨을 목표로 9㎜ FMJ탄과 44매그넘 SJHP탄 실탄 테스트에서 관통되지 않고, 후면 변형이 44㎜를 넘지 않는 방탄복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방탄에 관한 표준규격이 없었다.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Justice)가 규정한 규격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실정이다. 이에 연구진은 나노융합 액체 방탄재 및 새로운 제작방법을 적용해 기존 시판제품보다 10% 이상 가볍고, 15% 이상 얇은 방탄복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나노융합 방탄제로는 ‘전단농화유체(STF:Shear Thickening Fluid)’를 사용했다. 이는 외부자극이 없는 상태에서는 액체상태를 유지하다 일정 임계전단속도 이상의 외부충격을 받으면 점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고상으로 변하는 비뉴튼성 유체다. 임계전단속도가 탄도체와 방탄재의 충돌속도보다 낮으면 전단농화현상이 발생, 방탄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실탄 테스트 및 초고속 카메라 분석 결과, 최초 점도 대비 최대 70배까지 점도가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면 변형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간이 테스트에서도 STF 처리 이전에 비해 변형면적이 넓고 깊이가 낮게 나타났다. 직물의 관통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구성사의 뽑힘현상도 전혀 없었다. 기존 제품 대비 무게는 10%, 두께는 15%나 감소시켰음에도 테스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연구진은 3차연도를 맞은 올해부터는 이를 제품화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 중이다. 관련 기업인 웰크론과 제품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했고, 육군사관학교와는 이렇게 제작한 STF 신형 방탄복에 대한 성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제품화 작업을 마무리 짓고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생기원은 이 같은 연구개발 및 제품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우리 군의 전투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