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불편해도 정착되면 소비자들이 익숙해질 겁니다.”
토요일 이동통신사업자 전산망을 ‘셧다운’하는데 대한 한 이통사 관계자 말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통 3사는 이번달부터 주 5일제 확산 정책에 맞춰 토요일에도 전산망을 닫기로 했다.
평일에 시간을 내기 힘든 직장인이나 가족 단위 쇼핑이 주로 토요일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통사 토요일 전산망 셧다운은 이만저만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음 토요일에 전산망이 닫힌 지난 주말이 그랬다. 토요일에 이통사 대리점에 들려 기기를 구입해도 월요일 오후에나 개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비판여론이 일자 이통사는 “단말기를 분실한 경우에 대해선 토요일에도 임대 단말기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조치했다.
그렇다한들 토요일에 개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평일 시간을 내기 힘든 사용자나 소매시장에서 단말기를 유통하는 판매상의 불편이 그다지 개선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통사의 자세다. 이통 3사가 합의만 하면 소비자 요구에 기업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소비자가 익숙해지도록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3사 중 한 이통사가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토요일에도 전산망을 열고 대리점에 대체 휴무 도입 등을 지원하겠다”고 나선다면 소비자로선 참 반가울 일이다. 하지만 가입자 수 늘리기와 직결되는 보조금과 관련해선 서로 신고까지 일삼으며 그야말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 그런 경쟁은 없다.
이통사들은 정말로 ‘이통 3사가 합의하면 소비자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물론 요금 미납자 타 이통사 가입 거부 등 시장 건전화를 위한 좋은 합의 선례도 있다. 하지만 토요일 전산망 셧다운은 아무래도 효과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이통 3사가 합의했으니 일단 소비자가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내일이면 전산망이 또 닫힌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