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스티븐 엘롭 CEO가 “우리는 불타는 플랫폼 위에 서있다”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선언할때 지구촌 시선은 노키아의 운명에 쏠려 있었다. 휴대폰 시장에서 한동안 경쟁자가 없었던 노키아였지만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인한 셈이다. 지난 1865년 제지 회사로 창업한뒤 핀란드라는 한 국가를 먹여살린 노키아였기에 자국내에서 그 참담함은 더 했을 것이다.
여기서 냉정히 짚어보자. 노키아가 어떤 회사인가. 비록 애플 아이폰 쇼크에 타격 받았다곤 하나 여전히 세계 통신 시장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이다. 짧은 기간내 공룡만한 외형이 급격히 줄거나 적자에 허덕일 회사는 아닌 듯 싶다. 무려 146년간 이어온 장대한 업력을 생각하면 순식간에 몰락할만한 곳은 더욱 아니다.
엘롭 CEO가 뼈를 깎는 자성의 목소리를 토해낸 당시나 지금이나 당면한 걱정은 사실 노키아 운용체제인 심비안 플랫폼 협력사들이다. 노키아가 오랜 기간 공 들여 쌓아온 심비안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해외는 물론이고 자국내에서 심비안 생태계에 포진했던 수많은 협력사들은 더 큰 후폭풍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지금 심비안 협력사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최근 핀란드내에서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국내 193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업체들 가운데 무려 3분의 2에 달하는 118개가 심비안 솔루션을 개발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충격의 강도가 더 컸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생태계는 살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법, 심비안 협력사의 현주소는 각양각색이다. 심비안이 기로에 봉착할 것에 대비해 애플의 iOS나 안드로이드 기반 솔루션으로 미리 영역을 확장해 온 협력사들은 활발히 살 길을 모색중이란다. 반면 심비안에만 올인 했던 협력사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다를 바 없는 협력사의 운명이다. 다만 노키아가 다른 기업들과 다른점 하나. 노키아는 이미 수년전부터 심비안 협력사에게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해왔단다. 협력사들의 사운을 바꿔 놓을 의사 결정을 손바닥 뒤짚듯 하지 않는다는 점이 사뭇 달라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