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한다. 반면 5일까지도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해왔던 현대중공업은 하이닉스 인수의사를 철회했다.
최근 주력사업인 통신사업과 정유에서 성장 한계를 느끼고 있던 SK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반도체를 택함에 따라 SK는 통신서비스, 정유, 반도체 3가지 축으로 그룹 미래를 그리게 됐다. SK그룹의 단독 입찰 참여로 굳어지면서 하이닉스 매각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6일 현대중공업과 효성, LG 등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설이 나돌았던 대기업들이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SK그룹이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부인공시가 아닌 “확정된 사실이 없다”며 인수를 검토중임을 공식 밝혔다.
SK그룹은 이어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현대중공업은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5일 오후까지 현대자동차 등을 배제하고 ‘단독 인수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던 현대중공업은 이날 저녁 최고경영진들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상당 기간 막대한 투자금 소요로 손실이 클 수 있다는 내부 반대의견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곧바로 STX의 하이닉스 인수설이 나돌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자 한국거래소가 이례적으로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던 LG·SK·STX·효성·동부CNI 등 6개 대기업들을 상대로 무더기 조회공시를 냈다. 효성을 필두로 관련 기업들이 ‘인수설과 관련해 사실 무근’이라는 답변을 잇달아 내면서 한때 하이닉스 매각 무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SK그룹은 막판에 참여 의사를 단독으로 밝히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SK그룹은 최근까지 현대중공업과 함께 인수 가능성을 타진해온 2개 대기업 중에 하나로 거론돼왔다. SK그룹은 지난해에도 하이닉스 인수를 적극 검토했으나 우선순위에서 중국사업에 밀려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올해초 국내 팹리스 기업인 엠텍과 반도체 설계 및 유통 합작사인 SK엠텍을 중국에 설립하고 중국시장 개척에 나선 바 있다. 일부 팹리스 기업과는 공동으로 통신에 필요한 지그비, NFC 등의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내수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에 불편해왔다”며 “하이닉스 인수가 수출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물론 서비스와 제조와의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SK측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오는 8일 입찰참여의향서 마감 시한까지 SK그룹만 참가할 경우, 마감을 2주 가량 연장하고 추가 참여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계획대로 매각 일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날 대기업들이 불참 선언이 이어지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하이닉스 채권단은 SK그룹의 참여가 확인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 이어 효성, 동부 등이 잇따라 불참 입장을 밝히면서 채권단 내부에서 하이닉스 매각이 이번에도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며 “막판에 SK그룹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면서 8일 마감을 대비한 준비에 다시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SK그룹 외에 또다른 후보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날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대기업 외에도 (하이닉스 인수를) 조용하게 검토해온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SK그룹과 경합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