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ID 리더 전문기업 세연테크놀로지는 힘겨운 시기를 넘기고 있지만 자신감은 충만하다.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RFID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을 증명하듯 최근 중국서 열린 RFID 관련 전시회에서 세연의 부스는 단연 인기였다.
“RFID 리더 기술력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신념에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중소기업이 영업이나 마케팅으로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대기업도 흉내낼 수 없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 세연의 비전입니다.”
손영전 세연테크놀로지 사장(49)은 기술에 승부를 건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세연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매년 상당한 규모의 R&D 투자를 진행했지만 투자한 만큼 시장 상황이 받쳐주지 않아 회수가 어려워졌다. 2006년부터 3년간 투자 규모만 100억원이 넘는다. 주위에선 매출액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손 사장은 “2009년에 비해 지난해 매출이 100% 성장했고 올해 상반기는 지난해보다 30% 성장하는 등 점점 더 탄탄해지고 있다”며 “국내 RFID 시장은 대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위기를 벗어나면 분명히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RFID 시장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대폭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수많은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현재 명맥을 잇는 기업은 많지 않다. 시장 수요 증가세는 더딘데 공급자들이 갑자기 늘어나 가격 경쟁에 휘말리면서 RFID 시장은 더욱 어려워졌다.
세연도 법정관리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넘겼다. 100명에 가까웠던 직원 수는 현재 20여명으로 줄었다. 매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음에도 현재 남은 직원들 중에 영업사원은 한 명도 없다. 대다수가 R&D 인력이다.
이에 대해 손 사장은 “영업을 따로 하지 않아도 고객이 찾아오게 만드는 비법은 바로 앞선 기술력”이라며 “언젠가 시장이 커지면 영업도 필요해지겠지만 지금은 기술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기술을 강조하는 손 사장의 철학만큼 세연의 제품은 다양하다. 낮은 주파수 대역대(LF)의 RFID 리더를 시작으로 HF·UHF 등 거의 모든 주파수 대역대를 커버하는 RFID 리더 제품 3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공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손 사장은 “세연의 제품과 기술, 노하우는 RFID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의 적합성·인식률·인식거리 등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유동적이겠지만 내년 말이면 법정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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