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OECD 장관회의. 이 자리에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3년 안에 인터넷경제 발전을 위한 서울선언문 진행상황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1년 6월 28일 프랑스 파리 OECD본부. 약속대로 구리아 사무총장을 비롯한 세계 각국 대표와 전문가 300여명이 모여 ‘인터넷경제-확산과 성장 촉진’이라는 주제로 고위급회의를 열었다.
2008년 서울 회의가 ‘인터넷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융합 촉진과 창의성 증진 등을 담은 서울선언문을 발표하는 자리였다면 파리 회의는 그 미래를 구현하는 과정을 점검하는 자리다.
3년 전 구리아 사무총장이 “인터넷이 많은 헤택을 가져왔지만 어두운 면도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처럼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세상을 긍정적으로 그려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 회의의 주된 과제 중 하나였던 안전한 인터넷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캐피탈 개인정보 유출, 농협 금융전산망 장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구글 지메일을 통해 정부 정보에 대한 해킹 시도 등이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광대역인터넷망을 세계에 고르게 구축하는 것 또한 끝이 보이지 않는 숙제다. 이번 행사에서 별도 세션을 정해 이를 다뤘지만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게 참석자들의 지적이다. 망 중립성 역시 계속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러한 문제가 그저 답보상태를 반복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파리 회의에서는 지난 서울 회의에서 다뤄졌던 과제가 보다 구체화됐다. 집행력에 우선을 둔 선언문을 발표하고 정보보호 고위급회의 개최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제시된 것이 그 예다.
빛처럼 빠른 인터넷 세계의 변화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문제해결을 향한 진지한 고민이 이어지고,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파리 회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닐리 크로스 EU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패널토의에서 지적한 대로 항로를 알아야 항해할 수 있다. 바람직한 인터넷경제로 향하는 항로를 알고, 현재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면 지속가능한 인터넷경제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2008년 서울에서 2011년 파리로 이어진 항로의 가치는 더욱 크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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