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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위원회 신용섭 상임위원

 

 K-팝 열기가 뜨겁다. 한류의 바람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로 뻗어 가고 있다. 아시아의 변방에 위치한 한국의 대중음악에 세계 각지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모습이 자못 신기하다. 대체 이들은 어떻게 K-팝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일까.

 세계 인터넷 검색 추이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K-팝이 일본의 J-팝을 추월한 것이 2009년 4분기고 그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지난해 여름에 2배, 최근에는 5배 이상 트래픽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유튜브로 한국의 대중음악을 접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이 있고 속도가 붙고 있다는 뜻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지난 SM 타운의 파리 공연은 단 이틀간 전 세계에서 30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고 전해진다.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 글로벌 시대고 이용자 주도의 시대다.

 기존 유선망에 한정돼 있던 인터넷이 무선망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혁신의 중심지로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 산업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세계 최고의 IT기업이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모바일 분야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가 무너지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참으로 놀랍다.

 최근 노키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기존 성공 경험에 안주해 통신산업에 불어닥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 크다. 사실 1980년대 1세대 아날로그 이동전화에서 시작해 1990년대 2세대 디지털 이동전화를 거쳐 2000년대 3세대 IMT-2000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음성과 속도를 강조하는 이동통신산업 패러다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통신사업자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콘텐츠, 단말기 그리고 유통 채널까지 경쟁요소 전반을 수직적으로 통제하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자 수직적으로 통합된 시장이었다.

 이런 기존 통신산업의 패러다임이 순식간에 바뀌고 있다. 음성신호 전달이 핵심기능이었던 휴대폰이 인터넷 접속과 애플리케이션 이용을 위한 디바이스로 탈바꿈하고 사실상 전화기와 컴퓨터, TV수상기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시내·시외·국제전화, 유선과 이동전화를 구분하던 사업권역의 의미가 퇴색되고 전 세계를 통화권역으로 하는 페이스북, 트위터, 스카이프 같은 서비스가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모든 변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네트워크의 네트워크, 미디어의 미디어로서 인터넷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내고 있다. 전통적 전화 가입자, 시청자의 개념이 인터넷 이용자로 수렴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최근의 양상이다.

 문제는 변화를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 기업들은 강력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행인 것은 최근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고 아직 우리에게도 기회가 폭넓게 열려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유무선 인프라의 커버리지 측면에서, 속도와 품질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기기 분야에서 50%에 달하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IT 제조기반이 있다. 운영체제 등 핵심 기술역량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에 관한 한 세계에 부끄럽지 않은 개발자군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흥과 신명, 역동성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분야의 발전 잠재력도 무궁하다. 많은 한계점에도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보여준 IT분야의 정부 리더십도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능동적인 인터넷 이용자가 있다. 이제 핵심은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직해서 상생발전의 협력모델을 만들고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올해부터 4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이 본격화된다. 향후 10년간 4G, Beyond 4G 시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쟁, 예측할 수 없는 경쟁이 전개된다. 속도가 아닌 서비스, 네트워크보다는 콘텐츠가 경쟁의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특히 모든 변화의 중심에 인터넷이 자리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눈앞의 협소한 이해관계 보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시대변화를 읽는 눈과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는 열린 자세가 아닐까 한다.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 앞으로 변화는 사업자 중심의 기술변화가 아니며 이용자가 주도하는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승리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