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 공동주택에 지역냉방 보급 늘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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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말에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당나라시대 이백은 공부에 지쳐 냇가를 거닐고 있을 때 어떤 노파가 바위에 도끼를 갈아 바늘로 제작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후 이백이 더욱 글공부에 매진해 나중에는 중국 역사상 위대한 시인이 되었다는 유래에서 이 고사성어가 생겼다고 한다.

 뜨거운 물을 활용해 아파트 및 건물에 냉방을 공급하는 지역냉방은 1992년 분당 신도시에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940여개 빌딩에 공급된다. 그러나 공동주택에는 4년 전 안산고잔 신도시 공동주택 200여 가구에 시범적으로 실시한 이후 아직까지 전무한 실정이다.

 지역냉방 공급방식은 하절기 전력피크를 경감시키고 발전소 배열을 활용함으로써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한다. 올해부터 정부가 지역냉방설계 장려금과 기자재 설치에 따른 보조금을 지원하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공동주택 지역냉방 공급은 아직도 갈 길이 매우 멀다. 정부는 올해 안에 4400가구에 지역냉방을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2만9000가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도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공동주택 지역냉방 공급이 매우 미흡한 이유는 개별 에어컨 전기냉방 방식에 비해 시설투자비가 두 배 이상 소요되는 중앙 집중 냉방방식(흡수식 냉동기)이어서 주민들이 회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어컨과 같이 개별세대에 ‘제습냉방기기’를 설치해 뜨거운 물로 지역냉방을 공급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3년 전부터 제습냉방기기 개발 및 시범사업에 착수해 내년부터는 공동주택에 지역냉방을 확대 보급한다고 한다.

 제습냉방방식은 공동주택의 기존 난방배관을 활용함으로써 설치비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세대별로 설치하기 때문에 필요한 세대만 설치할 수 있다. 제습냉방은 제습기와 증발 냉각기로 구성된다. 세대 내 따뜻한 실내공기가 제습기를 거쳐 증발 냉각기를 통과하며 쾌적한 공기로 만들어져 실내에 공급된다. 제습기에 부착한 수분 제거를 위해 지역난방열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공동주택 지역냉방 보급에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높고 많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운영비용 차원에서 열병합 지역냉방용 가스요금을 신설하고 가스냉방 LNG요금과 동일하게 책정해야 한다. 지난 5월 1일 가스공사는 가스도매요금 책정 시 가스냉방용 LNG를 485.25원/㎥으로 대폭 할인했지만 지역냉방으로 사용되는 10만㎾ 이상 발전소 가스요금은 650원/㎥ 상당이며 10만㎾ 이하 소형발전소에는 718.28원/㎥에 LNG가 공급된다. 타 냉방과 비교할 때 지역냉방이 경쟁력이 낮아진다. 가스냉방과 동일한 가스요금으로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공동주택 지역냉방 설치비용을 경감하기 위한 제습냉방기기의 조속한 개발 및 보급을 위해 냉방기 제조업체의 적극적 참여는 물론이고 관계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집단에너지 공급지역 지정고시 지구에서 신축하는 공동주택에 정부가 건축물 표준공사비 산정 시 지역냉방 부문 공사비를 포함해 재산정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지역냉방 중온수 흡수식 냉동기도 고효율 에너지기자재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많은 난관들을 마부작침의 자세로 한 걸음씩 극복하면서 지역냉방 확대를 추진한다면 우리나라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초일류 국가가 될 것이다.

 한태일 지역냉난방협회 부회장 kdha2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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