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의 이중 잣대를 이만큼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도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관련해서도 이 같은 이중적 잣대가 만연한 것 같다.
분위기에 편승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품목까지 동반성장위원회에 접수됐다. 자칫 대기업·중견기업은 수십 년 일궈온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최근 상황을 보면 나름 한국 경제 주춧돌 역할을 해 온 대기업이 강자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매도당하는 느낌이다.
물론 국내 대기업이 그 동안 중소기업 등 협력사는 물론이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신뢰는 고사하고 “○○기업에서 협력 요청이 들어오거나 인수합병(M&A) 제의가 들어오면 기술만 빼앗긴다”며 해당 중소·벤처기업들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뼈저리게 반성하고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대기업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한국 경제의 핵심이다.
중소기업이 잘 되기 위해서도 대기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품에 대한 수요처나 경쟁력 있는 기술을 M&A 등을 통해 세계화할 수 있는 것도 대기업이 있어 가능하다.
오래 전부터 벤처업계를 취재하며 들어온 말이 있다.
한국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투자회수(Exit) 통로가 기업공개(IPO)로 한정됐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M&A 활성화로 수많은 벤처 성공스토리가 만들어졌다. M&A를 통해 세계 최고의 통신장비 회사로 성장한 시스코 같은 역할을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이중 잣대다. 대기업은 M&A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업 확장을 비판한다. 이 논리는 과거 행태에서 학습된 조건반사라는 점에서 대기업이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동반성장이라는 화두를 통해 최근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많이 가진 대기업의 변화에는 양보와 고통이 수반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법이다.
홍기범 기업팀장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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