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복구를 돕기 위해 해커들이 뭉쳤다. 주인공은 ‘해크 포 재팬’으로 무려 600여명의 해커가 모였다. 해커라고 하면 보통 시스템 마비를 일으키는 악당이 떠오르지만 이들은 의미 있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발적으로 기술을 기부하는, 이른바 ‘화이트해커’다.
니혼게이자이 인터넷판은 20일 해크 포 재팬의 활동상을 자세히 보도했다.
해크 포 재팬은 지난 3월 11일 일본 대지진 발생 뒤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프로그래머들의 조직이다. 출발은 구글 재팬 직원인 오이카와 타쿠야 씨다. 오이카와 씨는 지진이 일어나자 주변 프로그래머들에게 이메일과 트위터로 ‘지진 피해 지역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라는 의사를 전했다.
구글뿐 아니라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본 시장에서 양보 없는 사업을 펼치는 기업의 직원들이 잠시 경쟁을 잊고 이 뜻에 함께 했다. 10일 만에 무려 500여명의 프로그래머들이 해크 포 재팬이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 5월에는 해외 프로그래머들까지 동참, 숫자는 600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주로 지진 피해 복구를 돕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일처리는 매우 민첩하다. 540개 이상 모인 아이디어 중 논의를 거쳐 40여개의 프로젝트를 결정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완성됐다.
대표적 사례가 ‘자원봉사자 관리 시스템’이다. 피해 지역에서 원하는 인력과 물품을 등록하면 그에 맞는 자원봉사자와 지원 품목이 배치된다. 방사능 관련 스마트폰 앱도 나왔다. 방사능 오염 수치와 바람의 방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바람@후쿠시마원전’이다.
물론 모든 일은 무보수다. 이들이 다니는 회사 중에는 피해 지역 방문에 드는 교통비를 제공하는 사례도 있지만 원칙적으론 식대까지 본인이 내야 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오픈 소스다. 해크 포 재팬이 만든 프로그램은 누구나 고쳐서 재사용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해커가 ‘솜씨 좋은 프로그래머’를 뜻하지만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해커=악당’이라는 공식이 일반적이다. 니혼게이자이 인터넷판은 “기술에 대한 탐구심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계를 추구하는 올바른 해커 문화가 이들이 보여주는 열정의 원천”이라며 “해킹 포 재팬 같은 활동이 일본에서 해커의 이미지를 올바르게 바꾼다”라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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