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의 달인 골프 GTI, 달달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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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크스바겐 골프는 출시 이래 지금까지 해치백의 세계 표준이다. 그리고 그 골프를 바탕으로 퍼포먼스를 강화한 GTI는 핫해치의 세계 표준이다. 어떤 브랜드든지 해치백을 만들면 골프와 비교하고, 퍼포먼스가 좋은 해치백을 만들면 GTI와 비교한다. 그 와중에 골프 GTI는 골프라는 이름을 떼어내고 그냥 GTI로만 불러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존재가 됐다.

 골프가 6세대로 진화하면서 GTI도 따라서 진화했다. 하지만 진화 폭은 이전 세대 간의 진화의 폭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다. 5세대 골프가 그 만큼 괄목할 성장을 했던 탓일 게다. 하지만 6세대 골프는 확실히 더 예쁘고, 더 잘 다듬어졌다.

 군살도 좀 빼고, 여기저기 성형을 마친 GTI는 한눈에 예쁘다는 소리가 나온다. 미모의 핵심은 언제나 눈이듯이 GTI도 눈이 예쁘다. 하지만 새롭게 적용된 LED 주간 주행등은 다소 생소한 모습으로 켜져서 멀리서 LED만 바로 보면 낯설다. 그릴을 가로지르는 빨간 줄과 GTI 엠블럼이 강렬한 인상을 더한다. 차체는 그렇다 치고, 쉽게 바꿈직한 알루미늄 휠이 이전 세대와 같은 리볼버 권총의 총알집을 연상케 하는 모습인 것도 의외다.

 실내도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다. 아래를 잘라낸, 근육질의 D컷 스티어링휠과 기어 레버 등에는 빨간 색 스티치를 넣었다. 계기판에도 빨간 테두리 원을 더했는데, 흰 눈금 때문에 스티치처럼 보이는 것이 재미있다. 센터페이서는 새롭게 정돈한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든다. 자주 사용하는 메뉴를 외부에 버튼으로 빼 편의성을 높였다. 고해상도 모니터에는 선명한 내비게이션 화면이 제공되고, 블루투스는 전화뿐 아니라 스마트폰 속의 음악도 무선으로 연결해 들을 수 있다.

 엔진은 기존의 2.0 TFSI를 개선해 최고출력 211마력을 발휘한다. 아우디 A4에 얹힌 것과 같다.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방식의 6단 DSG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이 그만이다. 회전은 빠르게 상승하고, 노면에 전달되는 힘은 전혀 손실이 없는 듯 직접적이다. 이전의 200마력 GTI가 보여준 과격한 달리기 실력이 일품이었던 만큼, 출력이 조금 높아진 이번 GTI에서 좀더 짜릿한 가속을 기대했지만, 의외로 감각적으로는 덜 자극적이다. 분명히 빨라졌지만 살짝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미니 쿠퍼 S와 인피니티 G, 그리고 푸조 207 등이 모두 진화하면서 부드러운 고성능으로 진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감각적으로는 짜릿함이 덜해서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보다 안정적이고 정교한 달리기에 믿음이 더해진다.

 서스펜션은 일반 골프와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질 만큼 단단하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도로에서는 심하게 튀는 느낌이지만, 이 역시 이전 세대에 비해서는 더 정교해지고 부드러워져, 일상에서의 여유가 더해졌다.

 하지만 강력한 달리기 실력과 뛰어난 고속 안정감은 여전히 탁월하다. 0~100㎞/h 가속 6.9초에 최고속도 238㎞/h. 핫해치의 표준답다. 특히 최고속 영역에서의 안정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리도 또 하나 칭찬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것, 바로 변속기다. D 아래 S모드를 선택하면, 모든 상황에서 강력한 가속력을 즐길 수 있다. 평소보다 1~2단 낮은 기어를 선택해 높은 회전수 영역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시내에서 스포츠 주행을 즐기기에 더 없는 선택이다. D나 S모드에서도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변속기가 알아서 힐앤드토를 구사해 주는 화끈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면, 와인딩에서 GTI의 전투력은 극대화된다. 코너 진입 전 강력한 브레이킹과 함께 왼쪽 시프트 패들을 당겨 주면, 전광석화처럼 힐앤드토를 구사해 준다. 그리고 그때 회전수가 상승하면서 나는 엔진 사운드, 6900rpm 근처에서 변속할 때 터지는 ‘퓨~’하는 소리도 함께 귀로 즐기는 GTI의 백미다.

 6세대 골프의 GTI는 대폭적인 성능 향상보다는 정교하고 안정적인 개선을 통해 상품성과 신뢰를 높인 모델이다. 그리고 높아진 그 위상만큼 세계 핫해치의 기준점도 함께 높아졌다.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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