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오스람이 지난 6일(현지시각) 삼성전자·삼성LED를 발광다이오드(LED)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긴밀했었던 두 기업 간 협력관계가 새삼 주목된다. 삼성전기·삼성LED·삼성코닝 등이 오스람과 광학소재 분야서 특허 라이선스·공동개발 등 협력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소송을 통해 공생보다 경쟁관계가 크게 부각된 것처럼, 오스람과도 ‘동지’에서 ‘적’으로 한순간에 등을 돌리게 됐다는 평가다.
◇삼성LED, 한때 오스람의 핵심 고객사=오스람의 제소 대상 중 하나인 삼성LED는 한 때 오스람의 핵심 고객사였다. 두 회사의 협력 관계는 삼성LED가 설립되기 훨씬 이전인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LED의 전신 삼성전기 LED사업부는 LED 생산에 사용되는 형광체를 오스람으로부터 구매하기 위해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오스람은 LED 형광체 원천특허를 가지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업체 중 하나다. 삼성전기 LED사업부는 과거 ‘삼성전기=오스람 형광체’로 등식화 될 정도로 오스람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이처럼 긴밀했던 두 회사의 사이가 느슨해진 것은 삼성LED 설립 논의가 시작될 즈음인 지난 2008년께로 추정된다. 삼성전기가 형광체 협력사로 오스람 외에 미국 인터매틱스를 추가하고, 사용량을 큰 폭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기의 오스람 형광체 사용 비율은 10%선까지 내려앉았다. 삼성LED 설립 이후에는 질화물계 형광체 협력사로 일본 ‘덴카’가 합류하는 한편, 삼성LED 자체적으로도 형광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과거 긴밀했던 오스람과의 협력관계는 사실상 무의미해진 셈이다. 삼성LED 관계자는 “지금은 오스람과 형광체 부문에서 협력하는 바는 거의 없다”며 “현재 여러 개의 형광체 제조사를 두고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코닝, FFL 공동 개발 실패의 추억=지난 2007년 삼성코닝정밀소재에 흡수합병된 삼성코닝 역시 광학소재 분야서 오스람과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삼성코닝은 지난 2006년 오스람과 공동으로 LCD용 차세대 광원으로 각광받던 면광원(FFL) 개발에 나선 바 있다. FFL은 냉음극형광램프(CCFL)를 이용한 백라이트유닛(BLU)과 달리 필름 두께와 견줄 정도로 얇고, 전력효율이 높은 게 특징이다. LED가 LCD용 광원으로 자리잡기 전 TV의 두께를 줄여줄 수 있는 혁신적인 신기술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삼성코닝정밀소재에 흡수합병되기 전까지 FFL 개발에 매진했던 삼성코닝은 극심한 수율 난조 탓에 FFL 개발을 포기했다. 공동개발에 나섰던 오스람과의 협력관계도 이 때 청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FFL은 삼성코닝이 브라운관 부문의 영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준비했던 회심의 카드였다”며 “최종 개발에 실패함으로써 오스람과의 협력도 물 건너 갔다”고 말했다.
◇상장 전 주가 띄우기?=이번 오스람의 삼성에 대한 LED 특허 침해 제소는 오는 9월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몸값 불리기 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지멘스가 오스람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주식가격을 높이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오스람이 삼성과 과거와 같은 ‘고객사-협력사’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눈치 보지 않고 소송전에 나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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