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서비스 기본료와 가입비를 두고 어물어물하던 방송통신위원회가 결국 뒤로 물러났다. 어제 “요금 인하 혜택이 많은 이용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게 기본료·가입비·문자요금 등의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기본료·가입비 인하 여부를 “사업자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가 “내리겠다”고 변덕을 부리며 내린 결심이다. 방통위 발표에 맞춰 요금 인가 대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9월부터 모든 가입자의 기본료(1만2000원)를 1000원씩 내리기로 했다. 제2, 제3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도 기본료를 내릴 전망이다.
방통위의 결심엔 당파적 이해가 스며들었다. 4·27 재보선 참패를 추슬러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려는 여당의 이해가 깃들었다. 지난달 18일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에게 버럭 화를 내며 요구한 요금 인하방안 그대로다.
지난해 12월 5000만명을 넘어선 이동통신 가입자의 기본료를 1000원씩 줄여 주는 만큼 한나라당을 향한 ‘표심’이 늘까. 시장과 산업계 반응을 보니 ‘비웃음’만 살 개연성이 크다. 당파적 이해에 휘둘려 이랬다저랬다 갈피를 잡지 못한 방통위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불사하면서까지 당정협의를 열어 스스로 위신을 떨어뜨렸다. 이왕 어금니를 악물었으면 더 많이 내릴 것이지, 결론은 이도 저도 아니었다.
한나라당은 독립적 운영을 보장해 공공복리를 증진하려는 ‘방통위 설치 목적’을 훼손했다. 당파성이 작용하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내년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 당파성이 또다시 작용할 것이다. 인위적인 개입이 없이도 사업자간 요금 인하 경쟁을 유도할 확실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만이 방통위가 존립 기반을 지키고, 되풀이되는 논란에 휘말리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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