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윈도폰’ 개발 인력 70%가량을 ‘안드로이드폰’ 개발 인력으로 전환 배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보다 구글과 전략적 동맹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초 윈도폰 개발 인력 가운데 3분의 1만 남고, 3분의 2를 미주개발팀 산하 안드로이드폰 개발 파트로 재배치했다”며 “기존에 판매한 윈도폰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 지원 인력과 해외향 윈도폰7 개발 인력 일부만 남겨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200여명에 달하던 ‘윈도폰’ 개발 인력은 100명 이하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윈도폰’ 개발진이 크게 줄면서 올 하반기로 예상된 삼성전자의 ‘윈도폰7’ 국내 출시도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 MS의 차세대 운용체계(OS) ‘망고’를 탑재한 윈도폰7 해외 모델은 개발 중이나 (개발 인력 부족으로) 국내 모델은 아직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의 눈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폰’ 개발에 집중하면서 MS 모바일 사업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무리 좋은 SW를 개발해도 이를 채택하는 단말업체가 없으면 시장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디스플레이 시장을 놓고 LCD와 PDP가 격돌했지만, 삼성전자·소니 등 주요 TV 완제품 업체가 LCD를 밀면서 PDP가 도태된 것과 같은 이치다.
MS는 지난 주 차세대 OS ‘망고’를 발표하며 구글과 애플에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정작 스마트폰 간판업체 삼성전자의 미온적 지원으로 ‘찻잔 속 태풍’이 될 우려도 높아졌다.
삼성전자가 ‘윈도폰’ 대신 ‘안드로이드폰’에 승부를 거는 것은 스마트폰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말 출시된 MS의 전략폰 ‘윈도폰7’이 두 달간 겨우 200만대 판매에 그쳤다. 모토로라는 이 때문에 당분간 ‘윈도폰’은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삼성 입장에선 ‘옴니아2’ OS(윈도모바일 6.0)의 소비자 불만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MS에 대한 불신이 커진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가 아직 국내용 ‘윈도폰7’ 개발에 나서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앙금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과 스마트폰시장 리더십을 가진 삼성전자의 ‘윈도폰 외면’은 다른 휴대폰 업체로 전이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LG전자도 국내용 ‘윈도폰7’을 단 1종만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처럼 무게중심은 ‘안드로이드폰’에 두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윈도폰7’을 개발하기로 한 7개 단말업체 가운데 삼성과 LG를 제외하면 이른바 메이저는 노키아와 HTC 정도만 남는다. 나머지는 에이서·후지쯔·ZTE 등으로 시장파괴력이 약한 업체들이다.
윈도폰 진영의 약세는 윈도폰에 올인한 노키아의 입지도 동반 약화시킬 전망이다. 해외에선 벌써 MS와 노키아의 M&A설까지 나오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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