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수상한 스카우트

무료로 단문메시지를 주고받게 해주는 서비스인 카카오톡과 대립각을 세웠던 SK텔레콤이 카카오 부사장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영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SK텔레콤이 카카오를 인수한다는 설과 모바일 메신저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어 대기업이 또 벤처 영역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6일부로 이재철 전 카카오 CSO(최고전략책임자ㆍ부사장)를 상무급인 PDF(Product Development Factory)장으로 영입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재철 전 부사장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MIT 미디어랩과 삼성전자를 거쳐 카카오에 합류했다. 2009년부터 1년간 카카오 CSO를 맡아 서비스와 마케팅 전반을 관할했다. 이 시기는 카카오톡 서비스 론칭을 눈앞에 두고 있던 시점이다. SK텔레콤이 이 전 부사장을 영입한 이유가 여기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를 인수하거나 카카오톡에 대항할 모바일메신저를 만들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카카오톡은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1300만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이동통신사 수익원인 SMS(단문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위협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카카오톡이 통신망 과부하를 일으키고 있다며 사용 대가를 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상위 10대 그룹 계열사는 2008년 405개에서 현재 617개로 늘었다"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ㆍ합병하면 기존 사업자의 기회를 박탈할 염려가 있고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불러온다. SK텔레콤이 카카오 출신을 영입한 것이 이 같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이재철 신임 PDF장은 카카오를 떠난 지 1년이 지났고 카카오톡 론칭과도 직접 연관이 없다. 미술과 미디어테크놀로지를 전공하고 모바일 회사,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 열린 시각과 새로운 감각으로 창의적 서비스를 육성하는 PDF장에 적임자로 판단해 영입했다"고 말했다. 또 "이미 네이트온이 있어서 관련 사업 진출 여부도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황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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