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시작된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의 진행 일정이 줄줄이 뒤로 밀리게 될 위기에 처했다.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관리업체의 온실가스 배출 명세서 검증·제출을 3월에서 5월로 두 달 미뤘지만, 검증기관의 업무가 포화상태인 현 상황에서는 기한 내에 제출할 수 있는 곳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3일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산업계 등에 따르면 목표관리제의 관리업체들이 최근 4년간 온실가스 배출 및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상세한 내역을 담은 명세서를 작성해도 이를 검증해줄 검증기관을 구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13개 검증기관, 133명의 검증심사원이 일을 처리하고 있으나 명세서 제출기한인 이번 달 말까지 이들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이미 포화상태다. 검증심사원 양성이 늦어 사실상 5월에야 본격적인 검증업무가 시작됐고, 470여개 관리업체의 업무를 모두 한 달 만에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특히 명세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이미 명세서 작성을 끝냈지만 검증을 받지 못해 제출이 불가능한 상황인 관리업체들은 죄 없이 과태료를 물 수도 있는 억울한 입장에 처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명세서 작성을 끝낸 관리업체들이 아니라 아직 작성하지 못한 중소기업 관리업체들이다. 지금까지 명세서를 제출한 곳이 대부분 대기업 관리업체들이라 30%에 달하는 중소기업 관리업체들이 불과 7일밖에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명세서를 제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명세서 제출이 지연되면 이어질 감축목표량 할당과 이행계획 수립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자칫 일련의 업무가 줄줄이 밀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목표관리제 총괄기관인 환경부는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명세서는 5월까지 제출하되, 검증심사는 6월까지 받아 그 결과를 추후 제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산업·발전분야 소관부처인 지경부도 중소기업관리업체는 명세서를 보완할 수 있는 기간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상준 지경부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팀장은 “명세서를 이번 달까지 제출하되 미흡한 부분은 다음 달까지 보완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검증을 뒤로 미루거나 명세서를 차후 보완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면서도 제출 기한을 5월로 유지하는 이유는 9월 계획된 관리업체의 감축목표 설정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현재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는 각 부문별·업종별 감축목표량 설정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를 위해서는 관리업체들의 명세서가 필요하다.
김정환 환경부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TF 팀장은 “대기업들은 대부분 오래전부터 준비해 명세서 작성을 완료했으나, 중소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준비하지 않는 곳이 있어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라며 “계속해서 명세서를 제출하지 않은 관리업체에 전화 등을 통해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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