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행되는 통신사의 롱텀에볼루션(LTE) 투자에 통신장비 업계에 들썩이고 있다. 수 조원 대에 달하는 투자가 예정된 만큼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통화한 중소 통신장비업체 사장은 정반대의 분위기를 전했다. 통신사에 중계기를 납품하는 제법 큰 회사지만 ‘별로 기대할게 없다’는 반응이다.
사정은 이렇다.
최근에 진행되는 LTE 투자의 경우 기술 특성상 대기업에서 공급하는 기지국 중심의 투자가 불가피하다. 1인당 주파수 사용이 늘면서 기지국 당 수용할 수 있는 통신가입자는 줄어든다. 이 때문에 LTE는 기지국 수를 늘려 촘촘하게 설치해야 한다. 기지국 수는 늘지만, 전파 도달거리는 늘리는 중계기 수요는 줄어든다.
새로운 투자의 수혜가 삼성전자, LG-에릭슨, 노키아지멘스 등 대기업과 외국기업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SK텔레콤 등 통신사는 기지국 공급 업체를 선정하면서 해당 기업이 중소기업에서 일부 부품을 공급받도록 계약서에 명시했다. LTE 투자의 혜택을 중소기업까지 누리게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현장에서 돌아가는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일부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협력이라는 조항을 문구 그대로 적용해 일본, 중국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협력사를 찾기도 했다. 해당 분야는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다. 해당 통신사의 끈질긴 요구에 국내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지만 해당 통신사 관계자조차 씁쓸한 뒷맛을 느꼈다고 한다.
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국내 대기업을 통한 납품에서 적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진다. 이전의 관행으로 봤을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오히려 외국기업보다 국내 대기업을 더 어려워하는 분위기다.
‘별로 기대할게 없다’는 반응은 이런 상황에서 비롯됐다.
최근 ‘대·중소기업 이익 공유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장경제 질서에 위배되는 개념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적정 이윤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지, 대기업 이익을 빼앗아 나눠 달라는 얘기가 아니라고 한다.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왜 외국기업보다 국내 대기업을 더 어려운 사업 파트너로 여기는 상황이 벌어지는지 대기업 스스로 곱씹어 봐야 하는 시점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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