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43>아스트랄

 범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 심오하고 고차원적이며 어이 없는 상황을 일컫는 표현.

 ‘별나라의’, ‘영적 세계의’ 등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 ‘astral’에서 유래했다. 요가 수행자들 사이에선 육체와 분리된 영적 세계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마계, 천계, 인간계의 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판타지 세계관에선 일상적 세계가 아닌 정신계 혹은 정령계를 일컫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 애호가들이 인터넷에서 활동하며 쓰던 말이 차츰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벗어나며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도 퍼진 사례이다.

 보통 사람들의 손을 벗어난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이 화성인이라 주장하며 프랑스에 날아가 기어이 미스 프랑스와 결혼한 사나이의 정신 세계는 우리같은 소시민들이 범접할 수 없는 아스트랄의 영역에 있는 셈이다.

 우리의 병을 고쳐주겠다며 ‘내 눈을 바라봐’라 노래하는 허경영 총재의 형형한 눈빛을 쳐다보며 우리는 아스트랄함을 느끼게 된다. 부활절을 맞아 스스로를 십자가에 못 박아 세상을 뜬 김씨 사건은 아스트랄을 넘어 공포를 느끼게 한다.

 보통 상식의 한계를 조롱하는 상황에 맞딱뜨렸을 때 ‘뭐죠, 이 아스트랄한 상황은?“이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아스트랄은 이런 본래의 의미를 넘어서 일반적인 도덕 상궤에서 벗어난 어이없는 상황을 표현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이럴 경우 아스트랄은 개념들이 대거 안드로메다로 가 버린 후의 지구 현실을 나타내는 말이 된다.

 부동산 PF 등에 묻지마 투자를 하고, 금융 감독 당국은 전혀 관리를 안 하고 방치하다 갑자기 영업 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의 닫힌 문 앞에 선 서민 예금자들은 심정은 아스트랄할 수밖에 없다. 특히 VIP 고객들이나 국토해양부 차관 등 높으신 분들은 영업정지 전날 이미 예금을 찾아갔다는 소식은 상황을 더욱 아스트랄하게 만든다.

 

 * 생활 속 한 마디

 

 A: 지역 대도시를 연고로 야구단을 창단하려 했더니, 아예 본사를 그곳으로 옮기라고 하더군요.

 B: 뭐죠, 이 아스트랄한 상황은?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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