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식 발표가 예정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최종 입지가 대전으로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사전에 나돌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과학벨트 유치에 총력을 쏟아온 대구경북 지역은 정부가 국민을 기만했다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으며 해당 대전지역 역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전 확정설이 정치권으로부터 나온 만큼 과학벨트 입지선정을 둘러싼 막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야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일부 언론은 정부와 한나라당 등 여당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대전 대덕) 입지가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확정설은 황우여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변웅전 자유선진당 대표를 예방하는 과정에서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황 의원이 직접 과학벨트에 대해 언급한 것은 분명 없었다”며 “입지발표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유력한 후보지인 대전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사전 입지확정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공식적으로 정정보도 요청을 하며 사태진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학벨트 대전확정설이 나돌자 충북, 경북, 대구, 울산, 광주 등을 포함한 지역 민심은 들끓었다.
당장 대구, 경북, 울산권이 충격에 사로잡혔다. 공정한 입지평가를 주장하며 지난 13일부터 집무실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경북과 울산, 대구가 우수한 기초과학 연구역량과 기반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북·울산·대구 3개시도 범시도민유치추진위원회는 15일 경북도청 광장에서 열린 과학벨트 지역유치를 위한 범시도민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입지선정 불공정성과 정치논리를 성토했다.
특히 경북도는 최종 선정결과가 법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보공개 청구와 입지평가 원천 무효 확인소송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설 방침이다.
광주시 역시 최종 입지가 대전으로 결정될 경우 쉽사리 승복하지 않을 자세다.
강계두 광주시경제부시장은 “과학벨트 최종 입지가 대전 대덕특구로 확정될 경우 호남의 강한 반발을 불러 국민 여론 분열은 물론, MB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북도는 과학벨트 대전 입지설이 떠돌자 과학벨트 충청권 사수를 위해 14일 밤부터 도청 대회의실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대전지역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양승찬 대전시 과학기술특화산업추진본부장은 “일부에서 대전 확정설이 나돌고 있지만, 공식 발표 전이기 때문에 성급히 말 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 과학벨트 기획단은 10곳의 후보지(대전, 광주, 대구, 부산, 울산, 창원, 포항, 청원, 천안, 구미) 중 5곳을 추려 16일 오전 이주호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과학벨트위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한다. 과학벨트위는 기획단의 평가결과를 토대로 5곳의 후보지 중 최종 입지를 선정한다. 선정 결과는 국회 등에 보고된 이후 이날 오후 3시께 김황식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박희범·윤대원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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