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진 근로복지공단 정보화본부장이 차세대 노동보험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선은 애틋하다. 최 본부장에게 차세대 노동보험 시스템은 난산 끝에 얻은 ‘옥동자’나 다름없다.
최 본부장은 지난 3월 차세대 노동보험 시스템을 통한 사업자 보험료 신고와 근로자 개별 보수총액 신고가 차질없이 마무리되자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시스템 구축 이후 6개월이나 안절부절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 본부장은 사업에 착수하며 국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산 SW를 적용하겠다는 그에게 찬사는 커녕 무모한 시도라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주위의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최 본부장은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가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도 상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진두지휘한 근로복지공단 차세대 노동보험 시스템은 총 기간 38개월, 연 인원 3500명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국산 SW 도입률은 70%에 육박한다.
최 본부장은 “사업 착수 이후 어려움이 많았다”며 “시험 운영은 물론이고 구축이 완료된 이후에도 안심할 수 없었다”고 소개했다. 주위의 우려와 비판을 감수하고 시작한 만큼 그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적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본부장이 국산 SW를 도입한 것은 국산 SW의 우수성을 알리고 활성화해야 한다는 소신에서 비롯됐다.
최 본부장은 “공공기관이 국산 SW를 멀리하면 민간 부문에서 확산은 어려워지고 수출 기회도 적어진다”며 “국산 SW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외산 SW와 경쟁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게 이 사업의 목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가동된 만큼 자화자찬할 만 하지만 최 본부장은 손을 가로저었다. 최 본부장은 “무엇보다 주사업자를 비롯한 사업 참여자 모두 혼연일체가 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국산 SW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하자 최 본부장은 “이 사업을 통해 1%의 가능성만 있더라도 99%의 신념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비결 아닌 비결(?)을 공개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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