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GS가 제2의 반도체 산업이 되게 만들겠습니다.”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이종진 현대아반시스 사장은 박막 태양전지 산업을 우리나라의 차세대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큰 비전을 품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과 세계 유리 업계 1위 업체인 프랑스 생고방이 합작해 만든 현대아반시스는 지난달 17일 충북 오창에서 100㎿ 규모의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전지 생산 공장 기공식을 갖고 국내 박막 태양전지 시대를 열어젖혔다. 생고방 자회사인 한글라스 그룹의 한국하니소 대표를 역임한 이종진 사장은 현대아반시스 설립 전 과정을 주도해 1년 반 만에 이를 성사시켰다.
이종진 사장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국내 박막 장비업체 육성이다. 이 사장은 “현재 건설 중인 1라인은 수입 장비를 사용하겠지만 2라인은 국산장비를 80% 사용할 계획”이라며 “30년 역사의 독일 아반시스 장비기술을 도입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과 공동으로 박막전지 장비를 개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 인력들이 독일 현지에서 기술을 배우게 할 예정”이라며 “장비기술 국산화에 따른 국내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국내에서 도움을 받을 일도 많다. 이 사장은 “1년 반 전에 박막전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파트너를 물색한 나라가 반도체·디스플레이 기반을 갖춘 한국과 일본, 대만이었다”며 “한국이 이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최종 파트너로 낙점됐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가격하락 속도, 기술 향상 속도, 적기 투자결정 등 3개의 중요 항목에서 한국은 삼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고 이것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승리한 요소라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이나 LG·SK 등 대기업들이 CIGS 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점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사업에)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살아남기 위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거나 시장에 더 많이 알려지는 점 등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경영계획에 대해 이 사장은 “생고방은 사업 초기 생산능력을 크게 늘려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목표로 전 세계에 1GW 규모 CIGS 생산기지를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계획에 따라 현대아반시스도 두 번째 100㎿ 공장을 연말 착공하고 직원도 올해 250여명에서 내년 초 450명 정도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4월 기공식 자리의 예상치 못한 고라니 출현에 대해 “귀한 동물이 나타난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겠나. 현대아반시스를 꼭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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