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식재산권, 사후대응이 아닌 선제대응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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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부품연구원장 최평락

 

 소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갈등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 중의 하나다. 언론에서는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재산이나 권리를 축적한 자를 ‘기득권층’ ‘기득권자’라고 지칭하며 문제점을 제기하는 보도가 끊이질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旣得權)이라는 용어는 바람직한 변화에 대한 거부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득권이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는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기득권은 ‘특정한 자연인 또는 법인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미 차지한 권리’를 말한다. 기득권은 결코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가 아닌 것이다.

 앞에서와 같이 부정적 의미로 잘못 사용되고 있는 기득권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정당하게 인정되고 적극적으로 행사를 권장하는 분야가 바로 지식재산권 분야다. 지식재산권은 최초의 발명자에게 자신의 발명을 일정기간 동안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득권’이며, 사회적으로도 ‘기득권’으로서의 ‘지식재산권’ 확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최근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불리는 ‘시스벨’이라는 이탈리아 기업이 국내 RFID 기업 대부분에 특허침해를 이유로 경고장을 보내 관련 기업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 지식재산권이라는 기득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연구기관들이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소한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상반된 관점에서 호의적 기사를 내보내면서, 사회적으로 발명을 장려하고 지재권을 강조하는 모순된 상황도 공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확보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특허괴물’이라는 부정적 표현을 통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정당한 특허권 행사조차도 잘못된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도 있으며, 이와 같은 문제들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이와 같은 문제를 접근하는데 있어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남이 가진 권리는 자신에게 의무와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자신이 가진 권리는 경쟁자들을 앞서 나갈 수 있는 강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대기업에서는 기술개발이나 제품기획을 할 때 남이 이미 획득한 권리를 인정하고 회피설계하거나 회피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라이선싱 계약하는 풍토가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 CEO들을 만나보면 지식재산권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면서도, 재정 여력을 이유로 들며 지재권 전문인력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거나 특허 전문인력이 아닌 일반 사무직 직원 한 두명이 업무를 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특허권 침해로 제소를 당할 경우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 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지식재산권이라는 분야에서 남이 가진 권리를 아무런 대가없이 무단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생각은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이다.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노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특허권 침해로 인한 분쟁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타인이 소유한 정당한 기득권을 인정하고, 스스로 기득권자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제 중소기업들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막연한 인식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우수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기득권자가 되도록 경주해야 한다. 정부, 대기업 그리고 연구기관들도 중소기업들의 지재권 문제를 사후대응이 아닌 선제대응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지원해야 한다.

 오디오 분야에서 지식재산권 라이선스를 통해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올리고 있는 돌비의 사례나 벤처기업에서 출발했지만 지식재산권 확보를 통해 세계 최고수준의 이동통신 전문기업이 된 퀄컴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이와 같이 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전문기업,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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