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41>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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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고 복잡한 일을 설명한 후 마지막에 덧붙여 듣는 이들의 좌절을 유발하기 위한 표현.

 본래는 상대방에게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격려하기 위해 한 말이지만, 실제로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극복할 수 없는 차이를 확인하고 절망만 키우는 효과를 일으킨다.

 ‘참 쉽죠’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실제 빼어난 실력을 가졌다면 듣는 이들이 수긍하지만, 상사나 교사, 부모 등이 듣는 이의 현실은 생각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잖아요, 참 쉽죠?’라고 하면 분노를 사게 된다.

 이 표현은 전위적 헤어 스타일을 자랑하는 미국의 화가 밥 로스가 진행한 ‘그림을 그립시다’라는 프로그램이 EBS에서 방영되면서 널리 퍼졌다. 전문적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법을 교육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밥 로스는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단계별로 그림 그리는 법을 설명한다.

 그는 힘 안 들이고 슥슥 각 단계를 마무리하며 입버릇처럼 ‘참 쉽죠?’(that easy!)를 연발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그림은 일반인이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멋진 작품이었고, 시청자들은 ‘참 쉽죠’라는 로스의 말에 좌절하곤 했다.

 이 표현은 화면에 나타난 그림의 퀄리티와 로스의 ‘참 쉽죠’라는 말의 괴리, 당시 더빙을 담당했던 성우의 독특한 말투 등이 결합돼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인터넷에선 무언가를 자세히 설명하는 게시물 마지막에 그림을 그리며 ‘참 쉽죠’라고 말하는 밥 로스의 사진을 짤방으로 사용하는 것이 유행했다. 설명이 길며 내용이 어렵고 복잡할수록 짤방을 접한 사람들의 좌절은 커진다.

 개그우먼 박지선이 유행시킨 ‘참 쉽져~잉’과는 무관한 표현이다.

 

 * 생활 속 한 마디

 

 A: 대기업에서 성공하고 싶은 20대 젊은이들에게 충고해 주신다면?

 B: 매일 밤 12시까지 일하고,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하고, 열정과 의지만으로 수천억원대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 회장 아들이기만 하면 됩니다. 어때요, 참 쉽죠?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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