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인 리서치인모션(RIM)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손을 잡았다. 블랙베리 스마트폰과 윈도7폰이 벌일 경쟁과는 별도로,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RIM은 또 어도비, 페이스북, SAP, IBM, 포스퀘어 등 다양한 콘텐츠 및 솔루션 사업자들과 제휴를 맺고, 블랙베리의 소프트파워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MS-어도비 CEO 깜짝 등장=미국 올랜도 월드센터매리엇에서 열리고 있는 ‘블랙베리월드 2011’. 행사 둘째날인 3일(현지시각)은 마이크 라자리디스 RIM 공동 CEO의 기조연설로 막이 올랐다. 기조연설에는 2명의 IT업계 거물이 특별게스트로 등장하면서 행사장을 메운 6000여 관객의 이목이 집중됐다.
먼저 등장한 사람은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시스템즈 CEO였다. 깜짝 등장이었지만, 블랙베리의 스마트패드 ‘플레이북’이 플래시를 지원하는 만큼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어 등장한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전혀 예상밖이었다. 그가 소개되자 좌중이 일순 술렁였고, 실제 발머가 등장하자 ‘뭔일이지(what’s going on)?’, ‘세상에(Jesus)’ 등의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블랙베리와 MS는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로, 두 회사의 연결고리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랙베리-MS, 라이벌에서 동반자로=깜짝 등장한 발머 MS CEO는 RIM과의 제휴를 발표했다. 발머 CEO는 “MS는 블랙베리의 플랫폼에 특별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블랙베리에 빙 검색과 지도가 기본으로 탑재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앱 형태가 아니라 블랙베리 운용체계(OS)와 긴밀하게 결합할 것”이라며 “검색창 수준을 넘어 검색, 커머스, 소셜, 위치기반서비스(LBS)가 모두 융합되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발머의 발표에 이어 상영한 동영상에서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검색과 음성검색 등을 보여주며, 두 회사의 공동개발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두 회사가 공동개발한 결과물은 연말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제휴로 RIM은 빙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했고, MS는 블랙베리 단말기를 통해 빙의 모바일 검색시장 점유율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동맹군과 함께하는 블랙베리 에코시스템=MS와의 제휴는 시작일 뿐이다. 플레이북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어도비와 협력을 통해 플래시를 지원한다. 웹의 플래시 콘텐츠와 플래시 게임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플래시 기반의 전자책 콘텐츠도 갖출 수 있어 콘텐츠 라인업의 영역을 크게 넓혔다. 이날 ‘리더스다이제스트’의 플래시 기반 전자책 버전을 시연해 환호를 받았다. 플레이북의 플래시 지원은 아이패드와 확연한 차이점이다.
RIM은 또 ‘7디지털’과 제휴하고 1300만 곡을 보유한 뮤직스토어를 플레이북에 탑재했다. 2만5000곡의 뮤직비디오를 갖춘 ‘비보(VEVO)’와 HD 콘텐츠를 포함한 ‘팟캐스트’도 지원한다. 안드로이드 마켓 앱 지원도 기대되는 대목이며, 스마트패드에 최적화된 플레이북용 페이스북 앱도 공개했다. 최고의 스마트폰 게임인 ‘앵그리버드’의 플레이북 버전 역시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블랙베리 메신저 ‘BBM’은 ‘포스퀘어’(LBS), ‘kobo’(도서), ‘위키튜드’(LBS 및 증강현실), ‘unity’(게임) 등과 연동을 시도한다. SAP, IBM과는 기업용 솔루션을 공동 제공한다.
앨런 판제낙 RIM 부사장은 “블랙베리 플랫폼의 파워는 파트너십을 통한 블랙베리 에코 시스템”이라며 “다양한 제휴로 블랙베리 플랫폼이 더욱 강력해졌다”고 강조했다.
올랜도(미국)=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
권건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