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인텔의 1분기 실적이 달리는 말의 엉덩이를 때리는 채찍 역할을 했다. 20일 코스피는 `인텔 효과`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23%(47.23포인트) 오른 2169.91로 마감했다.
이날 주가 상승은 `인텔 효과`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인텔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31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도 128억달러에 달해 작년 1분기보다 25% 늘었다. 주당순이익(EPS)은 56센트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46센트를 크게 웃돌았다. 인텔의 어닝서프라이즈는 서버시스템에 사용되는 칩 판매와 전산실용 하드웨어(HW) 판매 증가 때문이다. 서버 관련 분야 매출이 32%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ㆍIBM `어닝서프라이즈`=애플의 아이패드가 노트북PC 분야 매출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인텔의 PC 판매 역시 17%나 증가했다. 태블릿PC가 일반 PC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PC 관련 기업들은 태블릿PC를 동영상,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매체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PC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물론 반대 논리도 여전히 팽배하다. 골드만삭스는 19일 올해 태블릿PC가 일반 PC와 충돌하면서 일반 PC 판매의 35%가량을 잠식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과 웹의 동반성장은 역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IBM의 실적에도 반영됐다. IT기기 제조업체 IBM이 19일 발표한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28억6000만달러, 매출은 7.7% 성장한 246억달러였다. EPS도 2.41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 2.3달러를 상회했다. 특히 메인프레임컴퓨터를 생산하는 HW그룹은 `10년래 최고 성장세`를 기록했다. 1분기 메인프레임컴퓨터 매출은 19%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을 이끈 열쇠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산업의 호조였다.
모바일 트래픽 증가로 기업 분야 서버와 기업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기계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대표주자 IBM서버도 실적이 좋아진 것이다.
◆`인텔 효과`로 IT주 살아날까?=인텔과 IBM의 1분기 실적이 IT업계 전반에 던지는 의미가 작지 않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대표되는 IT산업의 모바일 혁명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날 주식시장에서 `인텔 효과`가 평소보다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인텔이 전망한 2분기 매출액 역시 전문가들이 예상한 119억달러보다 크게 높아진 123억~133억달러라는 점도 인텔 효과를 증폭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가가 부진했던 것은 수요 우려 부분이었는데 인텔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그 부분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IT업종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69%(4만1000원) 오른 91만6000원에 마감했고 반도체 수요 기대감이 커지면서 하이닉스도 전날보다 4.57%(1500원) 오른 3만4300원에 장을 마쳤다. 전기전자 업종에 외국인 수요가 몰리면서 업종지수도 4.24% 상승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1분기 실적이 개선된 점도 그렇지만 향후 가이던스를 잘 주다 보니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IT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IT주가 주도주로 복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인텔 효과`가 반짝 효과로 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배재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와 화학 업종에 몰리던 외국인 매수세가 IT로 흘러가고는 있지만 아직 강하지 않다"며 "자동차와 화학주는 오버슈팅이 나올 수 있는 구간인 반면 IT주는 아직 확신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용어설명>
인텔 효과: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실적이 IT업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라는 말처럼 인텔 반도체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기 때문에 인텔 실적이 사실상 IT에 대한 수요를 그대로 반영하게 되면서 이 말이 생겨났다.
[매일경제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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