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원자력과 한국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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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수명 30년을 다하고 연장 운행 중인 고리원전 1호기의 원자로 가동이 멈춰서며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방사능이 누출되거나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이 증폭되는 민감한 시기에 터진 사고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4월 7일 ‘방사능비’가 내렸을 당시 인체에 거의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패닉상태를 경험했다. 정부 당국이 이번 사고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두껑 보고 놀란다’라는 식으로 가볍게 대응한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우를 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1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2024년까지 13기가 추가 건설될 예정으로 있다. 발전량 기준으로 보면 석탄 41.8%, 원자력 31.1%, 가스 18.2%, 유류 7.6%, 수력 1.3% 등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1kWh당 판매단가는 원자력 39.7원, 석탄 60.8원, 수력 133.5원, LNG 147.1원, 석유 187.8원으로 단연 원자력이 가장 저렴하다. 세계의 에너지 자원시장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의 매장량 한계와 지역적 편중으로 인한 공급불안, 자원의 무기화 등으로 가변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자력은 경제성뿐만 아니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각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규제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원임은 부인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원전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원전 설비용량 및 발전량 기준으로 세계 1위이며, 32년전 최악의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사고를 경험한 나라이다. 그런데,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스리마일 원전 반경 10마일(16㎞)내에 거주하는 인구가 최근 10년 사이에 11%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은 원전사고 이후 어떻게 대처 했을까? 우리 정부 당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몇 년전 MB정부 출범과 더불어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5만 3,000톤에서 2010년 9만 1,000톤이 수입되어 쇠고기 파동 이후 거의 2배 가량 우리 식단에 오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사라졌다.

 이렇듯, 때론 객관적인 데이터와 과학적인 설명보다 막연한 추측과 불안감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정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뼈져린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자력은 경제적이고 깨끗한 청정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달라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부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들의 막연한 추측과 불안은 기우(杞憂)가 아니라 팩트(fact)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을 때만이 원자력 발전의 추진동력을 확보하고 한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상진 객원논설위원·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정책자문위원

 fors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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