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협 전산 마비와 현대캐피탈 해킹 사고 등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 16개월째 방치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은에 제2금융권에 대한 검사 권한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선 금융감독원외에 한은까지 나서 복수의 기관이 검사.감독에 나서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은법 개정안 16개월째 표류
20일 국회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소위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한은법 개정안은 안건에서 제외했다.
한은에 제한적인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은 2009년 12월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사위는 16개월째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작년 2월 한은의 금융기관 조사권 부여에 제동을 거는 내용이 담긴 금융위원회 설치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다. 한은과 금감원에 이어 두 상임위간 감정대립에 가까운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은법 개정안은 통화정책과 관련된 내용에 한해 한은과 금감원의 금융기관 공동검사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금감원이 정당한 사유없이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를 지체하면 한은이 단독으로 검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정무위의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은 한은의 검사 요구 시 금융위가 한은에 추가 설명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한은의 고유 권한인 지급결제제도를 금융위가 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인 주성영 의원실 관계자는 "법사위에서 여러 번 중재를 하고 기관간 의견 조정을 촉구했지만 잘되지 않고 있다"며 "상충하는 두 법안에 대한 기재위와 정무위간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은법 개정 안건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사 기능 보강해야" vs "복수감독 비효율적"
금융 전문가들은 농협과 현대캐피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한은법 개정을 통해 금융기관에 대한 `2중의 감시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와 별도로 한은이 지급결제시스템과 통화안정 제도와 관련된 규정에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 등을 수시로 파악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농협의 전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2일 한은전산망도 마감 시간이 오후 5시30분에서 7시10분으로 1시간40분가량 연장되는 등 사태의 여파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기미가 엿보이기도 했다.
명지대 최창규 교수는 "지급결제제도가 위험해지면서 금융건전성 전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한은의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시어머니 한명 더 늘리는 꼴`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금융회사의 편의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한은에 2금융권에 대한 조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은은 제2금융권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할 권한이 없으며 한은법 개정안 통과 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지만, 통화정책 수행을 위한 검사를 요구할 수는 없다.
한은 내부에서는 작년 4월 `금융안정보고서`와 11월 `상호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자료에서 저축은행 사태를 경고했으나, 비은행금융기관을 검사하거나 제재할 권한이 없어 사태 확산을 막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감원 출신 감사가 있는 금융기관의 경우 금감원에 전적으로 검사를 맡기기보다 한은의 공동 검사 등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말 현재 금감원 출신 저축은행 상근감사는 19명이며, 최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8곳 중 3곳이 금감원 출신 감사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수십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두 달 동안 몰랐다가 해커가 보낸 협박 이메일을 보고서야 대책 마련에 나선 현대캐피탈 역시 금감원 출신 감사를 두고 있다.
최 교수는 "은행의 문제만 거시금융건전성을 위협하는 건 아니므로 거시금융 건전성에 사각지대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금융부문의 문제는 결국 국민이 부담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은행뿐 아니라 2, 3금융권에도 2중, 3중, 4중의 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복수감독 체제를 강화하기보다 현재 체제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은이 단독검사권이 없다고 해서 농협의 지급결제와 관련된 내용을 못 보는 게 아니다"면서 "나라별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감독기관이 많고 적은 것보다는 운영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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