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을 흔들었다. 세계를 흔들었다.
이날 S&P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끌어내렸고, 이 소식에 세계가 바짝 긴장한 것. 실제로 S&P의 미국 신용등급이 ‘트리플-A’ 밑으로 내려간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뉴욕증권거래소를 비롯한 세계 주요 증시가 모두 ‘빨간 등(↓)’을 켰다. 다우존스지수가 140.24포인트(1.14%)나 빠져 1만2201.59였고, 나스닥지수도 29.27포인트(1.06%)가 떨어져 2735.38에 닿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였던 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 증시는 오후에 S&P의 미국 신용등급 조정소식까지 겹쳐 일제히 2% 이상 떨어졌다.
국제 유가도 내려갔다. 4월에 인도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지난 주말(15일)보다 2.3%(2달러54센트)가 하락해 107달러12센트에 거래됐다. 북해산 브렌트 원유도 1.6%(1달러81센트)가 떨어진 121달러64센트를 기록했다.
2008년 미 월가(금융계) 발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에도 S&P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따로 조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미 국가 재정상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였다. 국가 재정 적자 감축 폭을 두고 격렬하게 충돌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에 ‘하루빨리 합의하라’는 S&P의 충고이자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가운데 하나인 S&P의 힘은 강력했다. 세계 최대 경제(미국)를 뒤흔들 정도니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14년 전 한국도 외환위기를 맞아 S&P·무디스·피치의 신용등급 조정에 10년 이상 전전긍긍했던 기억을 뼛속 깊이 새기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원흉이었던 월가 여러 투자은행에게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해 혼란을 키운 게 신용평가기관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관들이 투자은행들로부터 큰돈(수수료)을 받아가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평가를 했다는 폭로까지 터져 나온 바에야 어찌 그 ‘등급’을 온전히 믿겠는가. 정치적 함수에 기댄 무책임한 평가일 수 있다.
이은용 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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